비공인(팬) 탄환논파 에코에픽(FDRCOP)/프롤로그: 어느아이의 강탄과 행운과 비극의 입학식을 지켜볼수밖에었던어른른

비공인(팬) 탄환논파 에코+에픽 프롤로그: 어느 아이의 강탄과 행운과 비극의 입학식(1)

웨이크필드 마스터 2021. 10. 16. 14:29

읽기 전에※

-이 소설은 일본의 게임회사 스파이크 춘 소프트의 추리 어드벤처 게임 단간론파 시리즈의 2차창작소설입니다. 또한, 이소설은 어떠한 상업적인 용도로도 사용되지 않으며, 상업적인 용도로 사용될 수 없음을 미리 밝힙니다.

-이 소설은 픽션이며, 실제 인물, 지명, 단체, 사건과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키보가미네 시리즈나 사이슈 시리즈와 별개인 오리지널 세계관을 사용하며 원작 시리즈와의 최소한의 연결고리만을 남기고 스포일러는 최대한 배제했으나, 언제 어떤식으로 스포일러가 나올지 모르니 가급적이면 원작을 먼저 즐긴 후 이 소설을 읽으실 것을 권장합니다.
 
-캐릭터 디자인을 포함한 작중 이미지는 코이카츠, 코미포로 만들거나 RPG Maker MV의 기본 리소스+DLC와 캐릭터 만들기 기능을 사용했습니다.

-3명 이상의 인물이 대화하는 경우나 학급재판시에는 말하는 인물을 명시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대본체를 사용하겠습니다. 대본체를 쓰는 경우, 일상생활 및 조사 시에는 이름 “대사” 와 같은 식으로, 학급재판 시에는 이름: 대사와 같은 식을 표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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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FICTION - YouTube

 
나는 이 미친 이야기를 믿을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을 잘 알고있다.
특히, 내가 **에서 추방당하고 **까지 전부 빼앗겼으며 *****다고 한다면 열에 아홉은 이것을 믿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 일은 마치 끝없는 악몽처럼 나를 끊임없이 옭아매고 있기에 그 일을 떠올리는 것이 썩 유쾌하지는 않다.
 
'단간론파'를 자신의 더러운 탐욕을 채우기 위해 탄압하고 이용해 먹은 ***를 좋아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아니, 그게 '단간론파'가 아니라 다른것이었어도 마찬가지고...실제로 ***은 단간론파 뿐만 아니라 자신을 제외한 모두를 자신의 더러운 탐욕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써먹으려 했으며 필요없으면 가차없이 버리려고 했다.
****은 죽어서 이 세상에 없으며 **또한 **되었기에 아무도 ****를, 아니 죽어나간 모두를 기억하려 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도 잘 안다.그러나, 악의 실세였던 ****의 시대의 종말이 도래했지만 이 미친 이야기의 자세한 내막을 알고 기억해 줄 얼마안되는 사람 중 하나가 나이기에, 나 ****는, ****의 의지를 잇고
**** 뿐만 아니라 ****, ****, ...(이하 생략)을 잊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머리가 백발이 되고 목소리가 쉬어도 ****의 ***을 절대 잊지 않고 평생 ****하며 절대로 **** 않기 위해
이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고 다른 이들에게 전하기로 결심했다.
또한, 이 이야기의 저자인 나 ****가 실제로 목격하지 못한 부분은 타인의 증언을 토대로 작성했음을 아울러 밝혀둔다.
모든것은 그날부터 시작됐다.

둥지에서 떨어져내리고 끝으로 내몰린 아이의 서러운 메아리...
이성도 감성도 버릴것을 강요받은 어리석은 에픽...

못난이들이 대폭발에 휘말린 미친 사가...

플레이어와 인물들을 내려다보며 훈계하는 게임...

독자와 인물들을 문자로 희롱하고 우롱하는 소설...


BGM- REAL・FICTION
 
새학기 첫 날...알 수 없는 시간...눈을 떠보니 나는 어두운 밀폐공간에 있었다.
내가 왜 여기서 자고있었지?
여긴도대체 어디지?
내가 왜 여기있고, 여기서 뭘 하고있었지?
필름이 뚝 하고 끊긴듯한 느낌이 드는 한편 수 많은 의문들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그랬다. 나는 무겐나라쿠엔 학원에 왔고,어쩌다보니 정신을 잃어서 여기 갇혀있다.
”어쩌다보니” 라고 말하려니 너무 두루뭉술하게 설명하는거 같긴 한데,솔직히 나도 지금 무슨상황인지 몰라서 그렇다.
그랬다.
이 이야기는 둥지에서 떨어져버려서 서럽게 울다가 냉혹한 현실을 깨닫고 어른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아이의 이야기다.
그럼 일단 내가 어떻게무겐나라쿠엔 학원에 오게되었는지, 이 전까지 무슨일이 있었는지 되짚어보면서 설명하겠다.
 
 
 
DANGANRONPA OST: -1-04- Beautiful Days - YouTube

 
 
 
 

 

무겐나라쿠엔연맹학원 (無幻奈楽園連盟学院/Capital Infinitinmate Paradise Academy Lineage).


정식명칭은 무겐나라쿠엔 연맹학원이지만 이렇게 부르면 이름이 너무 길어지므로 무겐나라쿠엔이라고 줄여서 부르는 경우도 많다. 어차피 연맹학원은 빼먹고 그냥 무겐나라쿠엔이라고 하거나 무겐나라쿠엔학원 이라고만 해도 다들 알아듣는다.
아예 영어줄인말인 CIPAL을 쓰는 사람도 있기는 한데...일단은 줄여서 부를땐 무겐나라쿠엔학원이라고 하겠다.
무엇보다 CIPAL은 어감이 영 좋지가 않아서...계속 CIPAL 거리긴 부적절 하지 않을까 싶다. 
이 학교는 다양한 분야에 손을 뻗치고 있는 세계 최대의 재벌 무겐 재벌과 인공섬 위에 세워진 일본 최대의 학술도시이자 경제특구인 나라쿠엔 시의 지원을 받는 자타공인 명문 기숙사제 고등학교.'세상이 우리를 만들며, 우리가 세상을 만든다'  라는 무겐 재단과 무겐나라쿠엔 학원의 좌우명을 실천할 젊은 피를 양성하는 전초기지로 불리는 곳.
키보가미네 정신, 사이슈 정신을 이어받아 현실에 실현시킨다는 학교.
키보가미네 정신, 사이슈 정신이라는게 도대체 뭔지는 나는 모르지만, 본인들 말로는 그렇다고 한다. 
‘무한한 낙원’, ‘몽환적인 낙원’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학생 한명한명에게 맞춘 커리큘럼,꿈만같은 최고의 시설을 제공한다고 하며, 재능이 여러개면 다중재능을 인정해 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또, 학생회에 들어가게 되면 피선거권이 생긴다는 이야기도 있다. 
무겐나라쿠엔연맹학원이 생긴 이후, 초고교급이 되기 위한 사교육 기관이 '창궐'이라는 표현을 써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초고교급 관련 책들이 떼로 쏟아졌을 정도로 전국을 넘어 전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한다. 
 '재능으로 세계를 다시 쓸 사명을 받은 젊은  피'인 그들은 무겐 재단과 나라쿠엔 시로부터 다양한 장학금을 포함한 다양한 혜택을 받는다고 들었다. 
지금껏 무겐나라쿠엔 연맹학원의 스카우트와 입학허가를 거절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는데 그만큼 학교가 좋아서 왠만하면 다 학교에 왔다는건지 아니면 강제징병하듯이 끌고간건지...
소수만 스카우트로 뽑고 나머지는 입학시험이나 원서모집을 통해 사람을 뽑는다던데, 합격하기 꽤 힘들다고 들었다. 
어찌됐든 무겐나라쿠엔 연맹학원은 전국에, 아니 전세계에 캠퍼스가 있다고 한다.
본교는 일본 혼슈 나라쿠엔 시의 캠퍼스지만,세계 곳곳에 경제 특구와 분교가있고, 거의 나라별로 최소 하나씩 있는 수준으로 지구 곳곳에 캠퍼스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일본 내에도 무겐나라쿠엔 연맹학원이 하나만 있는게 아니라 혼슈,홋카이도,시코쿠,큐슈에 각각 하나씩 있다.
나라쿠엔시 캠퍼스가 아무래도 본교이다보니 제일 큰 편이라던데, 내가 가는곳은 바로 나라쿠엔시 본교다.



이 엄청난 학원의 입학조건이자 입학/편입시험 응시자격은 간단하면서도 꽤나 까다로운데,
첫번째로 '현역 고교생일것', 그리고 '각 분야에서 뛰어난 자질을 드러낼 것'
이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원서는 바로 분쇄기에 들어간다고 하며, 반대로 원서를 안넣어도 현역 고등학생이면서 자질이 엄청 뛰어나다면 먼저 스카우트를 시도한다고 한다. 
그리고...먼저 스카우트 받은 학생들은 과 수석 입학생이라고 불리며,
수석이라고 하기에는 한명만 있는게 아니라지만 어쨌든 소수의 상위권 취급을 받는다고 한다.
과 수석 입학생들의 대부분이 명문가의 도련님 혹은 아가씨 라는 풍문이 있다지만...아직까지 그 사실을 확인할 길은 내게 없었다. 

영화나 게임에 나올법한, 공중도시에 세워진 거대한 성 처럼 생긴 학교.
꿈과 모험이 가득한 그곳, 모두가 가고싶었던 그곳.
꿈속에서나 입학할 수 있을것같았던 이 학교로부터, 내가 부름을 받았다.
인터넷에 올라오는글이나,학교 재학생들이 올리는 사진,졸업생들의 인터뷰를 보면서 '저런 엄청난 학원도 있구나.''쟤들은 정말 좋겠다.','대단해!'라는 생각만 들었는데,내가 진짜 이 학원에 들어올줄은 몰랐다.

믿기지 않아서 몇번이고 내 볼을 꼬집어봤지만 아픔만 돌아올 뿐이었다. 이건 꿈이 아니었다.
내가 넣은 편입 원서가 그들에게 있어서 쓰레기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무겐나라쿠엔학원이 무슨 강제수용소도 아니고, 진짜로 입학허가 거절이 불가능할 리는 없으리라고 믿었고, 기대 반 의심 반으로 원서를 넣었는데 받아준거기도 하고 그래도 이 학교를 졸업하면 최소한의 생활은 보장받는건 물론이고 미래에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해서 기꺼이 받아들였다.
나는 유명인이 되기보다는 그냥 먹고살 걱정 없이 풍족하면서도 소박하게 살고 싶다.
풍족하다는 말과 소박하다는 말이 서로 충돌하는 것 같지만 아무튼 먹고살 걱정 없이 하하호호 하면서 지내고 싶다는 의미다. 
 


아무래도 내가 쓸데없는 소리로 몇분을 금방 써버린 것 같다.
뻔한건 알고있지만, 그래도 원활한 설명을 위해 내 소개부터 해볼까?
일단 지금 독백을 하고있는 '나'의 이름은 타테츠치 토모노리.
못생긴건 아니지만 나 스스로 잘생겼다고 하기에는 애매한 평범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
수 많은 내 또래가 그렇듯이 아침마다 등교해서 바쁘게 학교생활을 하고 집에 들어간다.
좋아하는 것은 보드게임과 비디오게임, 그리고 다른사람의 이야기 들어주기.
타로카드랑 점성술을 포함한 점술과 전략 세우기도 취미인데,이것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좀 있다가 할 예정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날 특이하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심심할때 집이나 학교 도서관에 있는 심리학 책을 읽곤 한다.
 
나는 명문가나 재벌가에서 태어나지는 않았고, 평범하지만 유복한 가정에 태어나서 자랐다.
공부를 못하지는 않지만,공부를 엄청나게 잘하는건 아니다.
허약체질은 아니지만,운동을 엄청나게 잘하는건 아니다.
당연하지만 마법이나 초능력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요약하자면 나는 지나가는 평범한 남고생이며 평범한 소시민이다.
장점을 말해보자면...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말하길, 내가 짖궃긴 해도 꽤 낙천적이고 의외로 기발하다고 하더라.
물같이 평범해서 어느 집단에도 쉽게 섞여들어갈 수 있다는것도...장점인가?


이렇게 평범한 나지만,주변사람들에게 이 학원 들어갈 정도면 그래도 뛰어난 재능이 있는거아니냐는 소리를 몇번 들었다.
당연히 나도 자랑할만한 재능이 있긴 한데, 나는 무겐나라쿠엔 연맹학원으로부터 초고교급 점술가라는 칭호를 받았다.
점술을 빙자한 상담은 나의 몇 안되는 특기다.
솔직히 말하면 초고교급 상담부원이라는 칭호가 더 받고싶었다. 
아니면 초고교급 해결사 라던가...


어릴때 취미나 소일거리 삼아 시작한 점술이었고, 여러 사람들을, 특히 학생들을 상대로 타로카드나 점성술 등 점을 쳐주다가 유명세가 좀 높아져서 취미 수준을 벗어났다.
중학교에 가서는 부활동으로 뭘 할까 하다가 친구가 상담부 보러와달라고 해서 보다가 꽂혀서 상담부에 들어갔었는데, 상담부 활동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많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한다.
내가 들어줬던 고민 중에서는 내가 직접적으로 해결해 줄 수 없었던 것들도 있었지만 그저 들어주고 이야기 해주는 것 만으로도 고마웠다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친구들이랑 같이 취미삼아서 흥신소 창업을 했는데, 돈은 솔직히 여러가지 다 빼고나면 정말 쥐꼬리 만큼 들어오지만...그리고 사무실 임대할 돈 조차도 없어서 인터넷 페이지로만 일을 받을 정도지만...사실상 수입이 별로 없는거긴 하지만...결국 자칭 흥신소인거나 마찬가지지만 아무튼 잘 하고 있다. 
점술을 빙자한 상담이지만, 모두 까지는 아니어도 많은 사람들이 내가 점지해준 미래가 현실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종종 들었다.
유명해지면 좋은점도 있긴 하지만...솔직히 처음엔 좀 부담스러웠다.
어릴때는 유명해지면 마냥 좋을거라고만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점술가가 아니라 상담부원 정도였으면 좀 좋았겠지만...
이왕이면 초고교급 해결사가 더 좋았겠지만 배부른 소리는 여기서 멈추도록 하겠다.
그리고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내가 거의 턱걸이로 들어가다시피 했지만 어쨌거나 무겐나라쿠엔 연맹학원에 내 힘으로 들어갔으니 그걸로 됐다. 
학과 수석은 바라지도 않고, 그저 소박하게 잘 먹고 잘 살수만 있다면...그걸로 장땡이다.



음...역시,학교가 학교다보니 좀처럼 긴장이 풀리지 않는다.
합격 통보 편지를 받고나서 시간나는대로 인터넷 검색을 해봤고,하루에 몇번씩 인터넷에서 관련정보를 뒤졌었는데,이 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초인이거나, 초인까지는 아니어도 고등학생인거 감안하면 뛰어난 애들이었으니까.
무겐나라쿠엔학원에 가면 탄탄한 길을 걸을 수 있다던데, 적어도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지는건 아닐테니 잘 됐어.
앞으로 먹고 사는 문제는 어느정도 해결 됐으려나.
문제는 다른 학생들의 명성을 생각하면 나는 거의 턱걸이로 들어간거나 마찬가지라는건데, 내가 과연 적응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초고교급 아나운서는 탁월한 언어구사 능력과 풍부한 상식,탁월한 뉴스 진행능력으로 수 많은 국민에게 호평받는 국민 아나운서고,
초고교급 판사는 어린나이에 사법시험을 통과해서 최연소 판사 기록을 세웠고 현재는 최연소 수석판사 후보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으며, 
초고교급 가라테가는 여러 격투대회에서 우승을 휩쓸고 다닌 격투천재이며 밤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어느 조직의 보스가 개최한 대회에서 우승해 보스에게 굴욕을 안겨줬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외에도 팬도 안티도 불타오르게 만드는 화려한 스타에 월드스타 지망생이라는 초고교급 싱어송라이터도 있고,
초고교급 사냥꾼,초고교급 고고학자,초고교급 사회복지사,초고교급 세무사,초고교급 슈가크래프터,초고교급 재봉사,초고교급 해커,초고교급 과학부원,초고교급 헬스부원,초고교급 빙상선수,초고교급 메이크업 아티스트,초고교급 만화가,초고교급 선원,초고교급 원예부원...
대충 19명 정도 가까이 되는 초고교급 학생들이 있다던데...
이런애들 사이에 내가 낀다고 생각하니 살짝 부담스럽다.
하지만 부담스럽다고 해서 학교에 들어가지 않을 순 없잖아?자,그럼 어서 학교에 들어가보자!
막상 들어오니까 긴장은 좀 풀렸다.
심장이 빠른속도로 두근거리는건 여전하지만.
 
 
체육관에 가니, 선생님으로 추청되는 사람이 있어서 먼저 인사를 했다.
선생님으로 추정되는 아저씨는 올리브색 머리를 뒤로 넘겼고, 선글라스와 콧수염이 눈에 띄었으며, 단정한 붉은 정장을 입고 계셨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반갑습니다.학생."
"이 학교는 처음이시죠?"
 
 
"아, 네."
 
 
"...아직 시간이 꽤 남았는데, 의자에 앉아있을건가, 아니면 학교 구경을 좀 해볼건가."
 
 
"학교 구경 좀 해볼게요."
 
 
"잘 생각했다, 제군. 앉아서 시간때우는 것 보다 훨씬 유익하고말고, 암!"
"친구들도 좀 만나고 선생님들께도 인사 드리고 좀 그래라. 다 3년동안은 얼굴 보면서 지낼 사이니까 말이다."
"그럼, 늦지않게만 돌아와라."
 
 
아직 입학식 시작하기전까지 시간이 좀 남았으니 학교 구경이나 해보자.
자,어디부터가볼까?
그래, 중앙정원부터 가보는거다.



하나,둘 하고 호기심과 기대에 가득 찬 한걸음을 내딛는 순간, 슬슬 눈꺼풀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어제 내가 잠을 잘 못 잤나?
아니다, 난 어제 피곤해서 일찍 곯아떨어졌고, 오늘 아침 매우 긴장되었지만 동시에 상쾌한 기분으로 일어났다.
결국 나는 이대로는 안되겠다고 생각하며 갑작스러운 졸음을 필사적으로 참으며 화장실로 발길을 돌렸다.



흐물흐물흐물....



내 시야가 엿처럼 녹아내리기 시작해 서로 엉겨붙어 혼란스러운 형태로 변해간다.

아직까지 술을 해본적도 없으며 마약을 해본적은 더더욱 없었는데, 술이나 약에 거하게 취하면 이렇게 내 눈에 보이는 모든것이 이렇게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화장실에 도달하는 것 조차 힘들정도로 시야가 격하게 흔들리고 흐려져간다.

무한한 즐거움, 그리고 꿈과 희망으로 가득찬 신학기를 기대했지만,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무한한 지옥 혹은 무한한 악몽과도같은 끔찍하고 피비린내나는 신학기였다.

입학허가서를 받았을 때 거절할 수 있었다면 거절 했어야 했다.
차라리 누가 나보고 너따위가 감히 그런데를 가냐고 욕이라도 퍼부었으면 달라졌을까?이미 늦은 것 같지만.
무겐나라쿠엔학원에 입학하면 비참한 인생을 살 지 않게 될거라고 생각한 내가 어리석었다.
반대로, 어디까지 비참해질 수 있는지 절실하게 느끼게 됐다.



 
 

비공인(팬) 탄환논파 에코+에픽 ~Super Stupid Students' Saga(초고교급 못난이들의 학교 대폭파 사가)~
프롤로
어느 아이의  강탄과 행운과 비극의 입학식
 
 
 
 




BGM: Nightmare in Locker

그랬다.
나는 하필이면 입학식날 이런꼴을 당해서 여기 갇히고 말았다.
일단 현재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나를 둘러싸고있는 벽을 만져보았다.
질감으로 봐선 쇠인것같은데, 그럼 여긴...독방인가?
아니다.
적어도 독방은 작은 창문이 있는데, 여긴 창문조차 없는 모양이다.
설마,산 채로 관에 갇힌건 아니겠지?



더 이상 버틸 수 없다.
이 비좁고,어둡고,습한 공간에 계속 있는건 무리다.
나는 밖에 있을지도 모를 누군가가 듣기를 바라며 큰 소리로 외쳤다.



“저기요!!"
"거기 아무도 안계세요?여기 사람이 갇혀있어요!"
"이봐요!”



서너번정도 외쳤지만,역시 막혀있어서일까?
내 외침은밖으로 전달되지 않은 모양이다.
나도 참 바보같다.
주변에 아무도 없다면 내가 알아서 해야겠지.
나는 있는 힘껏, 온 몸으로 벽을 밀쳤고, 나는 그대로 교실바닥에 넘어졌다.
“으악!”

 


아야...겨우 밖으로 나오긴 했지만,넘어져서 그런지 정말 아프다.
주변에 나 이외에 누군가가 없었기에 망정이지, 누군가가있었다면 웃음거리가 되었을 것이다.
적어도 머리를 바닥에 세게 박지는 않았으니, 참 다행이라고 할 수 있겠다.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 주변을 둘러본 결과,내가 있던 곳은 어느 교실의 캐비닛 안이었고, 난 그 안에서 빠져나온 것이었다. 
칠판에 누군가가 '들어올때는 마음대로지만 나갈때는 아니란다' 따위의 문구를 적어놓았다는 것만 빼면 지극히 평범하고 전형적인 교실이었을 것이다.
교실 천장 구석에 레이저 발사구가 달린 감시로봇이 매달려있지만 않았고 쇠창살이 쳐진 창문 밖으로 보이는 것이 끝이 보이지 않는 철벽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왜 나는 그 많고 많은 곳 중에서 캐비넷에서 자고 있었던 거지?
"어쩌다보니" 캐비닛 안에서 눈을 떴는데, 이게 정말 우연인걸까?
내가 기절한 사이에 무슨 일이라도 일어난 걸까?
이 학교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걸까?
...싸우고 또 싸우고, 죽고 또 죽은거같은 기분이다. 

핸드폰을 켜서 시간을 확인하려고 했으나, 내 핸드폰 대신 태블릿과 함께 이상한 쪽지가 들어있었다.
빌어먹을, 내가 기절한 사이에 누가 내 핸드폰을 훔쳐간건가?
어쨌든 나는 구겨진 쪽지를 펼쳐서 읽어봤다.






이 팍안 내

무겐나라쿠엔 학원애 오 신 것을 환영함니다
열어 분은오 늘보 터 무 겐나라 쿠 엔학원의 학셍입니다.앞으로 학업에 열쭝하면서 볼암있는학교생할을보내시기바 랍니다.
그리고 이 쪽찌 를보는 내로 채육깐으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이팍씩은 9시부터시 작하개씀 니다.

너무 어이없었던 나머지 육두문자를 내뱉을 뻔 했다.
정말 끔찍해서 어디서부터 지적해야 할 지 모르겠다.
무지개배경에다가 글자색도 난잡하고 배경에 이상한 너구리 캐릭터를 박아 놔서 글자도 잘 안보이고, 띄어쓰기도 엉망이고, 맞춤법도 다 틀렸다.
문과생과 디자이너를 괴롭게 만드는 입학 팜플렛이라니,살다살다 이렇게 정신나간 팜플렛은 처음본다.



...계속 이 팜플렛에 대해 생각하다가 기가 빨려버릴 테니 더이상 이런 골 때리는 팜플렛을 언급하지 말자.

그리고 이 태블릿PC는 도대체 뭘 까?
태블릿 PC의 전원을 키자, 내이름이 떴다.
태블릿 PC를 구석구석 살펴보려던 찰나, 캐비닛 쪽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쾅 쾅 쾅

누가 갇힌 모양이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놔둘 순 없어!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문을 열기위해 다가가려고 했지만, 내가 다가가기도 전에 누군가가 문을 캐비닛에서 붉은색 양갈래 머리를 하고, 머리 뒤에는 분홍빛 리본을 달고 마이크가 달린 헤드셋을 끼고 있으며, 블레이저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문을 발로 차고 나왔다.
 

붉은색 양갈래 머리를 한 여학생은 마이크가 달린 헤드셋과 리본을 하고 있었고, 블레이저 교복을 입고 있었는데, 패기넘치에 문을 열었지만 정작 본인도 매우 놀란 것 처럼 보였다.
이 일이 갑작스럽게 벌어졌던지라, 나는 놀라지 않을수 없었지만, 그건 이 친구에게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도대체 뭐였어...?"



"뭐긴 뭐야, 나지. 그리고 날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지 말아 줄래? 내가 무슨 괴물도 아니고..."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건 아니야!나도 지금 무슨 상황인지 몰라서 미치겠다고...”

“애초에 학생을 납치감금하는 학교 자체가 문제라니까!이 학교 진짜 이상하지 않니? 무슨 학교가 학생을 좁디좁은 캐비닛에 가둬놓냐고!"

"맞아! 이 학교는 뭔가 이상한거 같아!나도 캐비닛에 갇혀 있었다고!"
"그나저나 너, 어디서 많이 본 것같은데..."
"아! 너 시가라키 미키 맞지?그 유명한 고등학생 아나운서!"




초고교급 아나운서
시가라키 미키



"맞아, 난 시가라키 미키. 본명은 미나모토 미키고 MC 시가라키 미키는 예명 겸 링네임에 가깝지만...어느쪽으로 불러도 상관 없어. "
"이미 알고는 있겠지만 초고교급 아나운서야."
"동급생이니까 좋든 싫든 잘 지내보자, 최소 1년은 얼굴 같이 보고 살아야하는 사이고...우연이든 필연이든 몇번이고 얼굴 보게 되드래요.그릏지?"
"너는 타테츠치 토모노리지?”



시가라키 미키.

...사실 시가라키 미키가 맞았는지 미나모토 미키가 맞았는지 헷갈렸던지라 시가라키한테 미안하다고 해야하나 싶었다.

초등학교 다닐 당시에는 너도나도 미키~미키~해서 성씨가 헷갈렸던 시가라키 미키는 내 초등학교 동창이고, 초고교급 아나운서다.
아나운서 시험을 봐서 바로 붙을 정도의 뛰어난 화술과 상식을 갖췄고, 어린나이에 아나운서가 돼서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아직까진 성인 아나운서들에 비해서 뉴스 프로그램에서의 활약은 적지만.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자주 활약하기도 하고, 스포츠 중계를 하면서 사람들의 흥미를 돋우기도 한다고 한다.
내가 기억하는 초등학생 시절의 시가라키는 매사에 적극적이었고, 성적도 좋았었다.
같은 반 애들이랑 사이는 원만했었고 매사에 적극적이라서 반장도 했었던거같다.
2학기때 전학왔었고...그 이후로는 같은반은 해본적이 없지만 애들 사이에서도 선생님 사이에서도 유명인사였다.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게 있으면 바로 태클을 걸기도 하고, 콧대 높은 애들의 콧대를 자주 꺾는걸로도 유명했었고, 설령 상대나 선생님을 비롯한 어른일지라도 항의할게 있으면 칼같이 항의하는걸로도 유명했다.
졸업이후로 소식이 없다가, 그녀가 아나운서가 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제 나에게는 멀기만 한 그녀라고 생각했는데 시가라키가 내 동급생이라니!



"네가 나를 어떻게 아는거지?난 너만큼 유명하지는 않고 그냥 아는 사람만알 정도인데 말이야."



"나는 '너를 아는 사람'중 하나니까.”
“너 나랑 초등학교 같이 나왔고 같은 반이었던 적도 있잖아! 얘, 너 진짜로 나 기억안나? 이런 둔탱아!"



"기억하고 있긴 한데 괜히 먼저 아는척 했다가 ‘이놈은 도대체 뭐하는 놈인데 아는척 하는거지?’라고 생각할까봐 그냥 있었어.”
"특히 내가 너랑 그렇게 막 친했던건 아니라서 말이야."
“...그나저나 너, 나같이 평범한애를 어떻게 아직까지도 기억하는거야? 혹시…나를...”

“무슨 소리 하는거야! 이상한 생각 하지 말라고!너가 그때 뭘 하고 다녔는지 생각해보면 너가 평범하다고 하는게 더 이상하지 않아?"
"그리고 너가 나에 대해서 오해를 하는 모양인데 나는 상대가 먼저 반갑게 인사했다고 정색할 정도로 쌀쌀맞은 사람이 아니란 말이야..."
"어쨌든 넌 어릴때 누구에게나 스스럼없이 다가갔던 것 때문에 기억하고 있었고 혼날 수준까진 아니지만 여러가지 기행을 저지르기도 했잖아?너보고 애들이 골목대장이나 장난천재라고 부르던 시절만 생각하면 얼마나 웃겼는지...풉!"
"그리고 말이야, 난 이번에 누가 들어오는지에 대한 정보 정도는 다 꿰고 있다고. 아나운서에게 정보수집은 기본이니까."




시가라키가 웃으며 말했다.
초등학교 시절에 내가 애들이랑 수많은 특이한 놀이를 했었는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좀 어이없는 짓들도 많이 했던거같다.
내가 시가라키랑 그렇게 친했다고 생각을 안했는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시가라키는 나를 '누구에게나 스스럼없이 다가가는 애'라고 기억하고 있다니 좀 놀랐다.
친하게 지낸 것 까진 아니긴 했지만 내가 먼저가서 인사 했던거같기도 하고.
생각해보니 그땐 참 재미있게 놀았었지.



"아하하…그랬었지."
"그리고 그때 넌 그때 문제아였던 애들을 잘 다뤘었잖아.말로든 물리로든 말이야."
“싸움 좀 하는애도 네 앞에선 쩔쩔맸었고 오히려 너는 그런애들한테도 기죽지 않았었지, 안그래? 그래서 네 별명이 인간괴수…헉!"

 

시가라키가 나에게 헤드락을 걸고 금방이라도 레이저가 나갈것만 같은 눈빛으로 나를 째려봤다.



"누구 보고 인간괴수라는거야?! 까불면 진짜 날려버린다!"
“그나저나, 너가 초고교급 점술가인게 맞지?"
"점술을 빙자한 상담을 해주는데 너가 점지해준 미래가 높은 확률로 현실이 된다면서?"



“응. 내가 초고교급 점술가인데?엄청 용한 점술가는 아니지만...”



“점술가...음, 솔직히 안어울려!”



“안어울린다고 단칼에 말하다니 솔직히 좀 너무한거 아냐?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안 어울리는건 맞긴 한데 그래도...나 고등학생 치곤 뛰어나다고!”
"솔직히 나도 점술가 보다는 내 부활동에서 따와서 초고교급 상담부원이라고 하던가, 아니면 내가 친구들이랑 소규모로 하고있긴 하지만 흥신소 비슷한 동아리도 만들었으니까 초고교급 해결사라고 불러줬으면 좋겠는데..."
"아, 아니다...그냥 점술가라고 하자."
 
 
그래...
학원이랑 과외에 돈 붓고 원서 넣는데도 돈 부어서 겨우 들어왔는데...점술가로 들어온 것 만으로도 감지덕지 해야지.
 
 
“아무튼 고등학생 치곤 뛰어나니까 뭐...인정할게.100% 맞으면 그건 초고교급 예언가지...100%까지는 아니어도 나름 높은 확률로 점지해 준 미래가 현실이 된다는 이야기도 돌아다니니까...”
“그리고 다시보니까 안 어울리는 것 까진 아닌거같아.”
"따지고보면 나나 너나 세치 혀로 먹고사는건 비슷하니까...잘 지내 보자, 타테츠치?"



내가 생각해도 내가 신들린 적중률을 보여줄 것 같이 생긴 사람은 아니긴 하다.
점술가같이 생겼다는게 뭔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내가 점술가같이 생기지는 않았다.
번개맞은거같은 레게머리 하고다니는 3년유급한 연장자 점술가면 점술가같이 생겼다고 할 수 있긴 한데...


“시가라키, 너는 이상한 팜플렛 받았어?”



“읽었어.안본 눈 사고싶네..하아...”



나도 안본 눈 사고싶다…

 

"타테츠치군,너는 혹시 핸드폰 잃어버렸어? 내 핸드폰이 처음보는 태블릿 PC로 바뀌어 있더라고."
“전원을 키면 내 이름이 뜨긴 하는데, 난 이런 걸 전에 한번도 본적이 없거든? 도대체 뭘까?난 이런거 산적도 없는데."

 

"나도 그렇더라고.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아 전화번호 처음부터 다시 저장해야되잖아!나 가족이랑 친할아버지 친할머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전화번호 까지는 외워도 다른 번호는 못외우는데? 아 정말 미치겠구만!"



나만 그런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성급하게 행동해봐야 좋을 건 없을 듯 하니 천천히 생각해보자. 일단 지금이 몇시더라?
학기 첫날인데 벌써부터 늦으면 좀 그럴 테니까 9시 되기 전에 가는게 좋지 않을까 싶다.
시간을 보니 입학식까지 아직 좀 남았다.


"...나도 핸드폰에 중요한거 많이 넣어놓은건 마찬가지인데 좀 열받네?"
"아니, 이럴게 아니지....학교라도 돌아다니면서 화 좀 삭히자!"
“타테츠치, 입학식 전까지시간 좀 남았는데 우선 학교 시설들을 둘러보면서 상황을 파악하자."

 

“허나 거절한다.”



물론 진짜로 거절할 생각은 없지만, 시가라키의 반응이 궁금해서 장난을 쳐봤다.
그랬더니, 시가라키는 "왜?"라고 말하려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여기서 더 하면 솔직히 좀 뇌절같으니 이쯤 하도록 하자.



“푸하하!당연히 구라지,거절할리가 없잖아? 같이 가자.”



“이게 진짜…!아까부터 자꾸 까부네?!후, 이번엔 내가 봐줬다.”



이렇게 해서 나와 시가라키는 입학식 전까지 학교 구경이나 하기로 했다.
지도 기능을 켠 후 우리가 지금 있는 곳이 1학년 1반 교실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타테츠치, 우선 어디부터 둘러볼지 생각해보자.마침 태블릿 PC에 지도 기능도 있어.”
"무겐나라쿠엔학원은 본관, 현관, 후관으로 나누어져 있고, 중앙에는 중앙정원이 있어."
"또, 1학년 2반 쪽으로 쭉 걸어가면 학생식당이 나오고."
"봤으니 알겠지만 우리가 지금 있는 1학년 1반교실은 후관에 있고, 후관에는 1학년 2반 교실에 갈수있다고 나와있는데 쭉 가면 또 체육관이 나온다고 하네. 본관과 후관에는 각각 계단이 하나씩 있대. 그런데 본관이랑 후관 계단으로는 지하 1층밖에 갈 수 없고."
“현관 쪽으로 가면 학생식당, 무빙워크, 숙직실이 있고 숙직실에서 꺾으면 본관이 있어. 현관쪽 무빙워크로도 지하 1층만 왔다갔다 할 수 있다고 되있네.”
"본관으로 가면 보건실, 행정실, 시청각실이 있고, 현관 반대편에는 학생 기숙사도 있대."
"그런데 숙청의 제단은 도대체 뭘까? 그렇게 이름이 살벌한 장소가 학교에 있다고?"

"그러게...어쨌거나 가까운 1학년 2반 교실이랑 식당부터 둘러보고 체육관은 제일 마지막에 가도록 할까?”

나와 시가라키는 교실을 빠져나온 후 1학년 2반 교실부터 둘러보기로 했다.
1학년 2반 교실은 1학년 1반이랑 별로 다르게 생기진 않았다. 다른게 있다면 1학년 1반 교실과는 달리 1학년 2반에는 ‘그만 저질러 버리고 말았다네’ 라는 문구와 왠 할아버지 그림이 칠판에 그려져있다는 것.
의미를 알 수 없는 그림이 그려진 칠판 앞엔 껄렁하게 생긴 남학생이 다리를 꼬고 서있었다.
돌려 쓴 야구모자에 쨍한 금발로 염색한 반 삭발 머리, 수갑처럼 생긴 팔찌, 은색 토끼뱃지를 단 교복 자켓, 껄렁하게 입고 아예 찢어입기까지 한 교복바지, 피어싱을 하고 태닝한 녀석...누군지 딱 알것 같다.
 

BGM:Hope of Spring
 
타테츠치 토모노리 “너, 이누부시 카즈마 맞지?”

??? “이야~형씨, 이몸을 한번에 알아보는구만?역시 보는 눈이 있수다~”
“그리고 거기 옆에있는 누님이 시가라키 미키 아냐?”
“이미 알고 있겠지만 내 소개를 하지!HEY YO! CHECK IT OUT!안녕허우꽈!!"
“이몸의 이름에 마이 네임? 이누부시 카즈마!초고교급 합주부원!또다른 이름에 어나더 네임!싱어송라이터!그게 바로 이몸!”


초고교급 싱어송라이터
이누부시 카즈마

이누부시 카즈마.
재즈와 힙합이 주 분야인 싱어송라이터라는데 참으로 힙합마니아스러운 자기소개를 했다.
그는 중학생 때 부터 길거리공연을 시작해서 고교생 랩 선수권에 출전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 인지도를 높였고
화려한 악기연주와 랩, 그리고 파격적인 가사로 항상 무대를 휘어잡는 그에게는 무대 위의 무법자, 무대위의 지랄견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도대체 지랄견은 또 뭐야...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워낙 예측불가능한 행동들을 보여줘서 그렇다고 한다.

"지랄"같은 단어 쓰기 영 좋지 않은 곳에서는 그나마 악마견 정도로 불린다고 한다. 

 
 
시가라키 미키 "이누부시군은 최근에 대형 기획사에서 러브콜을 받았대."
"힙합컨셉 아이돌그룹 들어간다는 이야기도 있고...재즈밴드 들어간다는 이야기도 있고..."
"아직 확정은 아니라는데...본인만 알겠지? 이누부시는 부르면 달려가주는 사람이라 고깃집 공연도 가고 여기저기 막 가준다고는 하지만, 계약문제는 쉽게 하는게 아니니까."
"예전에 중학교 다닐때 합주부 한적도 있고 여기저기 걸친데는 많던데..."
 
 
이누부시 카즈마 "몰라, 그딴건 나중에 가서 나 내키는대로 정하려고."
"헤이, 왓츠 유어 네임? 왓츠 유어 타이틀네임?”

타테츠치 토모노리 “난 타테츠치 토모노리야.”
“재능은 초고교급 점술가고, 잘 부탁해!”

시가라키 미키 “초고교급 아나운서 시가라키 미키야.”
“아무쪼록 잘 부탁해.”
“근데 따지고 보면 타이틀 네임이 아니라 탤런트 라고 하는게 더 맞지 않아?”

이누부시 카즈마 “그게 다 라임이라구 라임!”
“어쨌든 미키쨩~토모노리쨩~! 잘 부탁한다!”
"아, 토모노리는 너무 기니까 간단하게 톰은 어떠냐?톰쨩!"

초면에 이름으로 막 부르다니… 좋게 보면 붙임성이 좋은 거고 나쁘게 보면 제멋대로구만.


이누부시 카즈마 “이몸도 언젠가는 미키쨩이랑 같은 예능프로에 출연할 수 있겠지? 헷.”

시가라키 미키 “응, 사양할게.”
 
 
시가라키는 너무나도 단호하게 거절했다.

이누부시 카즈마 “아 왜! 왜 렇게 단호하게 거절하냐고!”
"그치만...그런 단호하고 앙칼진 미키짱이라 오히려 좋아!"
 
하지만 아누부시에게는 타격이 별로 없었던 모양이다...?
 
시가라키 미키 "윽...너 그런취향이었어?"

 

이누부시 카즈마 "이몸은 욕 조차도 즐기는 존나 멋진 성님!관대하신 오라방 이니까!"
 
 
그때, 교복 조끼에 넥타이를 매고, 머리가 전체적으로 곱슬거리는데다가 앞머리가 은근 길며, 양쪽 귀에는 연필과 펜을 꽂고 있고 팔에는 얇은 팔토시를 한 안경을 쓴 남학생이 나타났다.
 

??? “나 아까부터 너네 이야기 하는거 듣고 있었는데...너희도 혹시 올해 신입생이야?”
 

타테츠치 토모노리 “응. 우리도 신입생인데..넌 누구야?”


??? “나? 내 이름은 소라나가 켄타, 초고교급 만화가지."
"몸이 작아지거나 커지거나 말거나 머리는 그대로!미궁을 모르는 예술가!...이렇게 말하면 됨?"


초고교급 만화가
소라나가 켄타



소라나가 켄타. 필명으로 KENTAROS-TAN을 사용한다.
그는 어린 나이에 혜성같이 데뷔한 만화계의 유망주로, 현재 코코로 코믹스에서 만화를 그리고 있었고, 그가 데뷔작으로 그린 일상만화는 어린이부터 시작해서 심지어 노년층까지…다양한 층에게 인기가 있었다.
여러 게임이나 소설의 만화판을 그린적이 있으며, 다양한 장르의 만화에서 그림 담당을 맡은 적이 있다고 한다.
그나저나 어린 나이에 데뷔한 걸 보면 정말 대단한 녀석이긴하구나…
 
 
이누부시 카즈마 "켄타짱이라고?오, 그래, 그럼 우리도 자기 소개 좀 해볼까?
"이몸은 이누부시 카즈마!팬도 안티도 미치게 만드는 초고교급 싱어송라이터다!"
"얘는 이름이 시가라키 미키, 미키짱은 초고교급 아나운서랜다."
"얘는 이름이 타테츠치 토모노리, 톰짱은 초고교급 점술가랜다."


시가라키 미키 “소라나가군은 되게 유명한 작가 밑에서 어시스턴트 생활도 했었고, 최근에는 그린 아카이브 보팔래빗 편의 만화판도 그렸다더라고. 본인도 그린 아카이브 내용 줄줄 외울 정도의 골수팬이라서 그리는게 되게 즐거웠고 실제로 팬들이 원하는 포인트도 잘 집어냈대."
"또...단간론파 시리즈도 엄청 좋아해서 학교에 들어오기전에 만우절 기념으로 단간론파 에이지 라는 작품을 만들었대. 바빠서 단발성 낚시작품으로 끝났지만...난 그게 진짜인줄 알았다니깐."

 

 

소라나가 켄타 "와!너도 단간론파 아는구나!단간론파 안다고 하니까 솔직히 좀 반가움."

 

시가라키 미키 "사실 문자 그대로 아는 정도고 너처럼 자세히 아는건 아니지만..."

 

 

소라나가 켄타 "아...그렇구나."

 

 

시가라키 미키 "그런데 잠깐만, 네가 소라나가 켄타 라고?”
“생각보다 평범하게 생겼구나…”



소라나가 켄타 "내가 소라나가 켄타 맞는데?본명보다는 KENTARO.STAN이라는 필명을 더 많이 쓰기 했지만.”

 

타테츠치 토모노리 "그...필명 어떻게 읽어?켄타로 스탠?켄타로스땅?뭐라고 읽어야돼?"

 

 

소라나가 켄타 "둘 다 상관없는데...그냥 본명으로 불러.어차피 여기 올때 이름 다 공개하고 들어왔는데 뭐"
“그리고...미키...생각 했던거랑 좀 다르게 생겼 다니 도대체 뭘 생각했길래 그래?”
“설마 내가 모든 것의 시작이자 끝이되는 자 처럼 생겼을거라고 생각한거임...?”
 

이누부시 카즈마 “시발놈아, 너만 아는 비유 쓰지마라.”

타테츠치 토모노리 “모든 것의 시작이자 끝이되는 자가 누구야?”

소라나가 켄타 “야마다 히후미라고 단간론파 1 희망의 학원과 절망의 고교생에 나오는 초고교급 동인작가인 캐릭터가 있는데 어떻게 생겼냐면...아냐...됐어...신경쓰지마…괜히 나만아는 이야기 꺼내서 미안하다..”

생각해보니 여기서 소라나가를 만나기 전까지 소라나가의 진짜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
고등학생이라는게 알려진것도 사실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고 본명이 알려진것도 최근에 가서야 간신히 알려진거고 얼굴은 거의 알려지지 않다시피 했으니까 말이다.
소라나가의 진짜 얼굴을 보게 되는 나름 역사적인 순간이다.


타테츠치 토모노리 “나 예전에 너가 그린 만화 엄청 재밌게 봤었는데!”

소라나가 켄타 “진짜냐? 내 만화 재미있게봐줘서 고맙다!!”
“팬이랑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나본적은 없는데 여기서 만나네ㅋㅋㅋㅋㅋ어엌ㅋㅋㅋㅋ”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는 소라나가와 이누부시에게도 기억상실이나 태블릿PC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봤다.

 

 

타테츠치 토모노리 "혹시 너도 여기 들어서자마자 필름이 끊기고, 핸드폰이 태블릿 PC로 바꿔치기 당했어?"

 


소라나가 켄타 “나도 그랬는데 나만 그런게 아니었냐?”

이누부시 카즈마 “받았는데…어?”


시가라키 미키 ”역시 너희도 그랬구나..”


소라나가 켄타 “나는 눈을 떠보니 낯선 곳에서 일어난 사람이고, 타테츠치도 눈을떠보니 낯선 곳에서 일어난 사람이고, 이누부시랑 시가라키도 눈을 떠보니 낯선 곳에서 일어난 사람이라고?”
“'눈을 떠보니 낯선 곳에서 일어난 사람'을 얼마나 더 등장시킬 속셈임?설정 짠 놈 누구임?장난함?”
"설마, 내가 수상한 거래현장을 목격해버리는 바람에 검은조직에게 노려져서 머리를 얻어맞고 정체불명의 약을 먹게된거라던가, 그런건 아니겠지?"
 

시가라키 미키 “소라나가군, 왜 갑자기 메타발언을 하고 그래...”
 
 
소라나가 켄타 "설마...키보가미네 정신이나 사이슈 정신이라는게 이런걸 의미하는건 아니겠지?"
"키보가미네 정신 사이슈 정신이 이딴걸 의미하는거면 모독 그 자체다...따라할 게 없어서 이딴걸 따라해?"
"나는 초고교급이 좋아서...특이한 친구들을 만나서 희희덕 거리려고...아무튼 청춘을 즐기려고 여기 입학한거지...기억삭제 당하고 싶어서 들어온게 아니라고..."
 
 
소라나가는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면서 말했다.
 
 
타테츠치 토모노리 "궁금한게 있는데, 키보가미네 정신이랑 사이슈 정신이 뭔지 아는 사람 있어?"
 
 
소라나가 켄타 "와!키보가미네!사이슈!"
"키보가미네 학원은 입학시험 쳐서 들어가는게 아니라 스카우트제라서 들어가기 겁.나.어.렵.고...사이슈 학원은 정부에서 운영하는 기프티도 제도로 뽑혀서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비롯한 다양한 혜택을 받는 초고교급 학생들을 가둔..."
 
 
소라나가는 4배속으로 설명을 이어가려고 했으나, 이누부시에게 제지당했다.
 
 
이누부시 카즈마 "오케이, 다음시간에 이어서 마저 하고."
 
 
소라나가 켄타 "아니 사람이 설명을 하는데 좀..."
 
 
 
소라나가는 설명을 방해받아서 상당히 서운해 하는 듯 했다.
과정이 어찌됐든, 한두명도 아니고 다 같이 필름이 뚝 끊긴거면 정말 무서울것 같다.
아니, 무섭고 아니고를 떠나서 확실히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마침 가운을 걸친, 롤 옆머리의 여학생이 현관으로 가는 길에 있길래 인사를 했다.

타테츠치 토모노리 “안녕!”

??? “안녕하세요.”



반 묶음 머리에 옆머리가 롤머리인 여학생이 마치 선생님을 보고 인사하는 듯이 예의바르게 허리를 숙여서 인사했다.
단정한 교복위에 빈틈없이 꽁꽁싸맨 거룩한 느낌의 흰색 어깨망토와 법복을 빈틈없이 꽁꽁 싸매고, 굽이 높은 잘 빠진 구두가 어우러져 금욕적인 분위기를 풍겼고 마치 법의 신을 모시는 신관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 “신입생 이신가보네요?먼저 이름을 대는 것이 예의인 바...제 이름부터 알려드리는게 좋겠네요."
"평안하신지요, 제이름은 히라사와 카가미. 초고교급 판사입니다만, 동급생이니 부담은 가지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초고교급 판사
히라사와 카가미


히라사와는 14살의 나이에 사법고시에 통과해서 판사가 된 천재.
어른들도 어려워하는 육법전서를 전부 외웠다는 이야기도 있다고한다.
멀리서 봤을때는 살짝 앳되보이는 인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녀에게서 판사 특유의 카리스마와 위압감이 느껴진다.
그녀의 집안은 대대로 법조계에 종사했고 아버지는 검찰총장에 어머니는 대형 로펌 대표로, 부모님이 두분 다 법조계의 거물이라던데, 역시 법조인 가문의 영애 답다고 해야하나.
명문가 아가씨에 걸맞은 기품이...그리고 법의 신을 모시는 신관같은 거룩함이 느껴진다.
그녀에 대한 대중의 평은 셋으로 요약되는데 그건 바로 칼 같이 원칙을 지키며 칼같이 판결을 내리는 사람, 양 측의 이야기를 모두 듣는 사람, 그리고...누구보다도 앞장서서 법을 지키는 사람. 
법을 지킨다는 의미는 법을 준수한다는 의미는 물론이고 법과 질서를 흐뜨러뜨리려는 자에 맞서싸운다는 의미기도 하다고 들었다. 
 
 
시가라키 미키 "히라사와 카가미는 올해 문과수석입학생이고....아마 작년 모의고사 전교 10등중 한명이 히라사와였을걸?"
"무겐나라쿠엔 연맹학원에서 먼저 스카우트 제의 받는 사람은 한자리 수인데 그중 한명이 히라사와양래."
"수 많은 재판을 맡았고 어쩌면 최연소 수석판사가 될지도 몰라."
"그리고 변호사 자격증하고 검사 자격증도 따는게 목표래."
 
 
...듣는내내 머릿속에서 '와' 라는 감탄사밖에 나오지 않았다.
분명히 내 또래인데...내 또래가 맞나 싶을 정도다.
 

소라나가 켄타 “판사님 저는 정말 판사님인줄 몰랐습니다.”

타테츠치 토모노리 “히라사와가 방금 부담 너무 가지지 말라고 했는데 너무 그러지마~”

이누부시 카즈마 “그래~카가미 짱이 부담 가지지 말라고 그러지 않았냐?"
 

시가라키 미키 “히라사와짱, 나도 이름을 알려줘야겠지? 난 시가라키 미키, 초고교급 아나운서야.”

타테츠치 토모노리 “나는 타테츠치 토모노리라고 해.초고교급 점술가야. 그리고 이쪽이 소라나가 켄타랑 이누부시 카즈마.”
“앞으로 친하게 지내보자.”


히라사와 카가미 “...그렇군요.그럼 앞으로 뭘 하면서 친해질거고, 친해지면 또 뭘 하면 좋을 것 같습니까?”


타테츠치 토모노리 “뭘 하다니...그냥 서로 장난도 치고 이야기도 같이 하고 그러는거잖아? 그렇게 거창한것도 아니고…”


히라사와 카가미 “저는 여러분과 함께 실없는 이야기 보다는 전략 토론처럼 건설적인 이야기를 하고싶어요. 아니면 같이 공부를 하거나.”
"같은 초고교급이니 실없는 이야기 보다는 토론을 하는게 서로에게 유익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각자 다른 분야의 전문가인 만큼 그 분야에 대한 지식을 많이 쌓으셨을테니까 말이죠."


히라사와가 단호한 어조로 내 말을 받아쳤다.
쓰읍, 이게 초고교급인건가?
내가 수준이 낮은거야?
 

히라사와 카가미 "아...죄송합니다, 여러분을 멀리하려는 의도는 없었어요."
"그저, 초고교급이니까 좀 더 유익하고 의미있는 방법으로 친교를 다지고자 한 것일 뿐이니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도 제가 너무 딱딱하다는건 알고 있는지라...앞으로 고쳐보도록 하겠습니다."
 
 
소라나가 켄타 "그나저나...문과수석입학생이라...역시 최연소 판사는 뭔가 다른데!"
 
 
히라사와 카가미 "학원에서 먼저 저에게 스카우트 제의를 한건 사실이고 제가 문과수석인거 까지는 맞지만, 저한테 부담감은 가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부탁드려요."
 
 
타테츠치 토모노리 "이과수석 예체능수석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너 되게 겸손하다..."
 
 
히라사와 카가미 "과찬이십니다..."
 
 
타테츠치 토모노리  "혹시 이과수석 예체능수석은 누군지 알아?"
 
 
히라사와 카가미 "이과수석 예체능수석이신 분들은 저도 이름만 아는 정도인데, 두분 다 자기 분야에 진심이신 분들인걸로 압니다."
"그리고 두분 다 불량학생이랑은 거리가 멀고 나름대로 원칙 준수를 잘 하는 학생들이라고 하니 좀 안심했습니다.나중에 한번 만나서 인사 드리세요. 저도 조만간 그분들한테 인사나 좀 하려고요.."
 
 
이누부시 카즈마 "이과수석 예체능수석은 예쁘냐? 좀 큰 누님스타일이면 더 좋겠는데."
 
 
히라사와 카가미 "이과수석이신 분은 제가 얼굴을 본적이 없어서 잘 모르지만 예체능수석이신 분은 저 초등학생일때 말은 안 걸어봤어도 얼굴은 뵌 적 있어서 아는데 그때부터 키가 크셨던걸로 기억해요."
"그런데 누님은 아닌걸로 압니다."
 
 
시가라키 미키 "...둘 다 남자거든?"
 
 
이누부시 카즈마 "에이씨...좋다 말았네."
 
 
에이씨 좋다 말았네 라는 말에서 깊은 실망이 느껴졌다.
 
 
 
히라사와 카가미 "중간에 이야기 하다가 끊는 것 같아서 죄송하지만...다른이야기 하다가 잊기전에 말해두는게 좋을거 같아서 급하게 뭐 좀 이야기할테니 양해 좀 구하겠습니다."
 
 
시가라키 미키 "급한건가봐? 일단 말해봐."
 
 
히라사와 카가미 "상황을 분석한 결과, 지금 우리가 누군가의 음모에 빠졌다는것을 확신했어요. 그것도 장난 수준 따위가 아니라 범죄수준 말이예요.그러니까 조심하는게 좋을거예요.”
“일단 저를 따라와보실래요?”
 

히라사와는 우리들을 어딘가로 안내했다.
그곳은 바로, 굳건히 닫힌 해치였다.
지도상으로는 계단이 나왔어야할 자리인데…

히라사와 카가미 “보세요, 이 학교는 지금 누군가에게 완전히 장악 당한거나 마찬가지예요.”
"원래대로라면 학생들로 가득해야 하는건 물론이고 교직원도 상주해야 할텐데 그렇지 않고 의도적으로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소라나가 켄타 "그건 그냥 단간론파잖아."
 
 
히라사와 카가미 "...단간론파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사건도 있었나 보군요."
"공부를 위해서 제가 맡지 않은 사건에 대한 기록이나 판례도 읽긴 합니다만...저도 역시 한계가 있는지 그런 사건은 알지 못했나 봅니다."
"단간론파 사건이 뭔지 말해주실 수 있나요? 조사에 분명 도움이 될거예요."
 
 
소라나가 켄타 "사건은 아니고...게임 시리즈야.단간론파에서도 학교에 감금당하는 내용이 나와가지고..."
 
 
히라사와 카가미 "아, 그렇습니까, 죄송합니다...제가 게임은 잘 몰라서 단간론파가 사건 이름인 줄 알았습니다."
“저 먼저 실례할게요, 좀 더 알아봐야 할 게 있어서요. 법의 신의 은총이 여러분께도 함께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히라사와는 용건만 말한 뒤 공손하게 인사한 후 금방 가버렸다.
말투와 태도는 공손하지만...차갑고 단호한 느낌이다.
예의는 차리는데 벽 하나 치고 사람을 대한다고 해야할까?
친해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니다, 여기서 괜히 겁먹고 물러서면 안된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듯이 친해지는 방법도 다른 법.
히라사와에게는 히라사와에게 맞는 방법으로 접근하는것이 맞다.
어쨌든, 히라사와와 헤어지고나서 나와 시가라키가 향한 곳은 학교식당이었는데, 꽤 번듯했다.
식당에서는 왠 꼬마가...가 아니라 남학생이 의자에 앉은채로 식탁에 엎드려서 자고있었다. 
약간 주황빛이 도는 이마깐 더벅머리에 옆머리는 뭔가 묘하게 강아지 귀를 닮았고, 갈색 교복 위에 노란 앞치마를 매고있고 노란 두건을 쓰고 있는데, 입은 옷의 소매가 팔보다 길어서 그런지 소매가 손을 다 가리고 있었다.
깨우는게 좋을까?


??? “흠냐…흠냐..”


덩치는 솔직히 초등학생 6학년 수준인데 얘가 동급생이라고 하면 정말 놀라울거같다.
그래도 이 학교 학생이라면 초”고교”급인데 고등학생이 맞긴 할 듯 하다. 초등학생인데 천재여서 월반을 통해 고등학교에 입학한게 아니라면 말이다.



시가라키 미키 “얘 왜 여기서 자고있어?”
“얘! 어서 일어나!”

??? “흠냐…엄마아…좀만 더 자면 안될까요오…”

시가라키 미키 “뭐?엄마 좀만 더 자면 안될까요~?내가 무슨 지 엄마인줄 알아?!"
"좋아, 안 일어난다 이거지?”
“우!!”

??? “우아아아아!!”

머리에 두건을 쓴 남학생이 깜짝 놀라서 일어났다.


??? “왜..내가 여기서 자고있는 거야아?”
“형아, 누나, 혹시 늦은거 아니지이?”


타테츠치 토모노리 “안늦었으니까 안심해.”

??? “다행이다아~그런데 형아랑 누나는 이름이 뭐야아?”


타테츠치 토모노리 “나는 타테츠치 토모노리, 초고교급 점술가야."
“잘 부탁할게.”

시가라키 미키 “시가라키 미키야.”
“초고교급 아나운서고, 아무쪼록 잘 지내보자.”


??? “그렇구나아~!”
"내 이름은~카와사키 콘페이야아~학교 1년 일찍 가서 나이는 형 누나들보다 어리지마안~어엿한 초고교급 슈가크래프터라구우~”
“단거 만드는 것두 좋아하구 먹는 것두 진짜 좋아해~"


초고교급 슈가크래프터
카와사키 콘페이



카와사키네 집안은 작은 시골마을에 있고 가게 규모도 작지만 나름 유명한 빵집인 ‘사과마을’을 운영한다고 한다.
가족이 가꾸는 과수원이랑 밭에서 반 이상의 재료를 구해온다고 하며, 외조부모님은 오랫동안 화과자를 만드셨다고 한다.
한편, 카와사키 본인은 어릴때부터 제과,제빵과 더불어 설탕공예를 배웠고 중학생일 때 설탕공예 대회에서 우승했다고 한다.
카와사키네 빵집은 카와사키가 만드는 예쁜 설탕공예 케이크로 유명해서 먼 거리에서도 찾아온다던데...
 
시가라키 미키 "카와사키군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부터 빵이랑 과자를 만들었대. 설탕공예는 10살도 되기 전에 달인이었다나? 이제 카와사키는 설탕으로 케이크랑 장식품을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어."
"빵이랑 과자도 만들 줄 알지만 카와사키가 제일 잘 하는건 설탕공예래. 제일 잘 하는게 설탕공예라서 초고교급 슈가크래프터가 된거야. 카와사키군 본인도 그렇게 말하겠지만 제과제빵사랑 슈가크래프터, 쇼콜라티에는 좀 다르니까 이건 알아둬."
"번화가에 사는 사람들도 카와사키군이 설탕으로만 만든 웨딩케이크를 사려고 일부러 차타고 찾아온다고 그러더라고."
"카와사키군, 너가 만든 설탕공예 케이크가 장식도 예쁘고 너네 빵집에서 파는 빵 자체도 맛있어서 사람들이 너가 만든거 사려고 멀리서까지 찾아간다고 들었어.외국인들이 오는 경우도 있다면서?"
 
 
카와사키 콘페이 "에헤헤...칭찬 받으니까 쑥스럽다아..."
"그리고..제과제빵사랑 슈가크래프터랑 쇼콜라티에랑 다른거 말해줘서 고마워어~원래는 내가 말할까 했는데에~누나가 말해줘서 굳이 또 말 안해도 되겠네에~"
“형아랑 누나는 빵이랑 과자 좋아해애?”

타테츠치 토모노리 “좋아하는 쪽에 더 가깝지.”

시가라키 미키 “좋아하지!”

카와사키 콘페이 “빵이랑 과자를 좋아하는 사람 중에서 나쁜 사람은 없대애~형아랑 누나는 정말 좋은 사람이구나아~”
 
 
카와사키는 해맑게 웃으면서 말했다.
 
 
카와사키 콘페이 “형아~타테츠치형아~”

타테츠치 토모노리 “왜?”

카와사키 콘페이 “타테츠치 형아 머리모양이 갈색으로 익은 바나나 송이랑 닮았어~”
“바나나 스플릿먹고 싶다아~”

타테츠치 토모노리 “그거,욕이야 칭찬이야?”

카와사키 콘페이 “칭찬~!”
“학교 끝나면 바나나스플릿 먹어야 겠다아~그리고…시가라키 누나 보니까 딸기케이크도 먹고 싶다아~”

시가라키 미키 “왜 뜬금없이 날 보고 갑자기 딸기케이크가 먹고 싶어지는걸까..”
"카와사키군은 먹는 걸 참 좋아하네…”

카와사키 콘페이 “나 고민이 있는데에~학교 끝나고 바나나 스플릿을 먹을까아?
“아니면 딸기케이크를먹을까아?”

타테츠치 토모노리 “그냥 둘 다 먹으면 되지 않을까?”

카와사키 콘페이 “좋은 생각이다아~고마워어~”

빵이랑 과자를 좋아하는 사람 중에는 나쁜사람이 없다는 발언이나 우리의 머리모양을 보고 디저트를 떠올리는걸 보아하니 카와사키는 순진무구한 먹보인 듯 하다.
슬슬 식당에서 나가려던 순간, 건강한 구릿빛 피부를 가진 곱상하게 생긴 소년이 우리를 향해 달려와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라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여자였다. 
멀리서 봤을때는 순간 앳되보이는 남자애인가 싶었는데 가까이서 보니 여자애가 맞다. 
붉은 칼라의 세일러복 위에 농구조끼, 체육복 반바지를 입은걸 보아 체육계거나, 운동을 매우 좋아하는 모양이다. 

 

 


??? “하이고~만나서 억수로 반갑심더.”
“내는 나카무라 타마코인데예, 초고교급 헬스부원임더.”
"...아이다, 그래도 또래 같은데 말 놔도 되겠제?"


초고교급 헬스부원
나카무라 타마코


나카무라는 지속적으로 부진한 성적을 내던 학교 농구부를 순식간에 전국 최강의 팀으로 만든 농구부의 에이스였고, 올림픽 국가대표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됐다고 한다.
그녀는 키가 농구선수 치고는 작은 편이지만, 지구력, 스피드, 민첩성과 화려한 테크닉으로 페널티를 극복했고...그것 때문에 한때는 농구 꿈나무들에게 인간 승리의 상징으로 불리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모종의 이유로 농구부를 그만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동을 포기하고싶지 않았던 그녀는 좌절을 극복하고 초고교급 헬스부원이 되었기에 여전히 인간 승리의 상징으로 불리기도 한다고 들었다.
그리고...요즘 학교 체육시간에 틀어주는 체육수업 자료영상중에는 그녀가 나오는게 꽤 많았다.
그녀가 인사를 하자, 나를 포함해서 식당에 있었던 모두가 나카무라에게 자기소개를 했다.
 
 

시가라키 미키 "나카무라짱은 한때 '필드의 황제'라는 별명으로도 불릴 정도 였대."
"농구를 엄청 좋아했고, 초등학교 다닐때 남장해서 남동생인척 해서까지 농구부 들어가려고 시도할 정도였대."
 
 
타테츠치 토모노리 "아니...농구부 들어가는데 왠 남장?"
 
 
나카무라 타마코 "그땐 아직 우리학교에 농구 하려고 하는 가스나가 별로 없어서 여자농구부 인원이 없었다."
 
 
시가라키 미키 "당연하다면 당연한거지만 나중에 사칭 걸려서 체육관 정리당번을 벌칙으로 받게되는 대신 여자농구팀 따로 만들게 됐대."
"걸리게 된 경위는 뭐...굳이 이야기 안해도 다들 짐작은 가겠지?"

"그나마 봐준게 원래 나카무라짱 애들하고 선생님들 사이에서 인망은 좋았고, 피해는 사실상 없었고 오히려 팀에 기여한게 많아서 그랬다던게 그래도 좋게 끝나서 다행이야."
 
 
타테츠치 토모노리 "그럼 초고교급 농구선수로 들어와도 됐을텐데, 좀 아까운걸."
 
 
시가라키 미키 "사정은...너무 꼬치꼬치 캐물으려고 하지는 마.그게 예의잖아."
 
 
나카무라 타마코 "아...됐다.그때는 진짜 분하고 억울했는데 지금은 좀 털어내서 괘않다."
"근데 첫날부터 하기에는 좀 우울하기도 하고 좀 기니까 나중에 물어보러 온나."
 
 
 
시가라키 미키 "요즘은 싸움 해결도 운동으로 하고, 자신감 상승도 운동으로 시켜주고...나카무라짱이 다니는 학교에서 저체력이라 고민 많았던 애들도 나카무라랑 운동 같이해서 체력이 좋아졌대."
"최근에는 학교에 계신 선생님들한테도 도와달라는 소리 많이 듣고, 또...암만 농구부 그만두긴 했어도 운동신경은 어디 안가서 여러가지 운동부에 용병으로 많이 불려다니고 높은 확률로 팀에게 승리를 가져다준대."
 
 
나카무라 타마코 "근데 니들은 누고?
 
 
타테츠치 토모노리 "나는 타테츠치 토모노리.초고교급 점술가지"
 
 
시가라키 미키 "내가 시가라키 미키.초고교급 아나운서야"
 
 
카와사키 콘페이 "그리고 나느은~카와사키 콘페이~"
"초고교급 슈가크래프터야아~"
 
 
나카무라 타마코 “좋~지!인사는 그렇게 웃으면서 해야제!타테츠치 토모노리, 시가라키 미키, 카와사키 콘페이라꼬?”
“내도 잘 부탁한다카이.”
“첫날이니까 다들 밝게 웃는기다! 첫날부터 울상이면 영 파이다 아이가!”
"인사는 기합을 팍팍 넣어가꼬 하는기다!"
 

타테츠치 토모노리 “근데 파이다가 무슨 뜻이야?”
 

나카무라 타마코 “파이다가 파이다지 그럼 뭐꼬?”
“니 사투리 몬알아듣나?”
 

카와사키 콘페이 “파이는 맛있는 빵이잖아~나는 파이 좋아해애~”
“나는 커스터드 파이가 제일 좋아~애플파이도 좋아하구우~"


카와사키가 본인이 알아듣기 어려운 말을 음식과 관련된 비슷한 단어로 알아들은 모양이다.
 

나카무라 타마코 “내는 애플파이도 좋아하긴 하지만 역시 파이보다는 타코야키가 더 좋다.”
“앗! 잠깐만! 이게 아이지!”
“파이다가 빵 의미하는 게 아이다!”

시가라키 미키 “파이다는 뭔소린가 하면은 별로다, 좋지 않다, 그런 뜻이야.”
“하여간 카와사키군은 참 먹보라니까…”

나카무라 타마코 “내 대신 알려줘서 고맙데이.”
“어쨌든 앞으로 내캉 잘 지내자카이!”

나카무라는 꽤 밝고 털털해보여서 부담없이 다가갈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만난 애들은...독특하지만 그래도 좋은 애들인 것 같다.
 
 
타테츠치 토모노리 "이제 본관 1층은 다 둘러봤고, 어디를 가야되나..."
 
 
 
시가라키 미키 "무빙워크 타고 지하1층 갔다오자."
 
 
 
타테츠치 토모노리 "학교에 무빙워크라고?와, 얘네 진짜 돈 많구나."
 
 

무빙워크가 있는 고등학교라, 솔직히 좀 신기하다.
과연 세계구급 재벌인 무겐재단인가…
무빙워크를 타고 내려가면 또 누가 있을게 분명하다.
이번 신입생은 꽤 많다고 들었는데, 지금까지 만난건 6명 정도...아직 못만난 학생들이 많다.
과연 올해는 나 포함해서 몇명의 신입생들이 있는거지?
다들 어떤 사람인걸까? 괴짜일지도 모르고, 의외로 나처럼 평범하기 짝이 없는 친구들일지도 모른다.
당장에라도 만나고 싶다.
"초고교급" 이니까 어떻게든 집단지성을 활용하면 새학기를 정상적으로 잘 굴릴 수 있겠지.
머릿수가 많으면 많은대로, 또 적으면 적은대로 말이다.
다른 초고교급 학생들은 과연 어떨까?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