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인(팬) 탄환논파 에코에픽(FDRCOP)/챕터1:황혼의끝으로부터온 길 잃은 아이들이 하가싫은것, 할수없는 것

비공인(팬) 탄환논파 에코+에픽 챕터 1:하기 싫은 것, 할 수 없는 것 일상편 (11)

웨이크필드 마스터 2023. 4. 15. 18:43

※읽기 전에※

-이 소설은 일본의 게임회사 스파이크 춘 소프트의 추리 어드벤처 게임 단간론파 시리즈의 2차창작소설입니다. 또한, 이소설은 어떠한 상업적인 용도로도 사용되지 않으며, 상업적인 용도로 사용될 수 없음을 미리 밝힙니다.

-이 소설은 픽션이며, 실존 인물, 지명, 단체, 사건과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키보가미네 시리즈나 사이슈 시리즈와 별개인 오리지널 세계관을 사용하며 원작 시리즈와의 최소한의 연결고리만을 남기고 스포일러는 최대한 배제했으나, 언제 어떤식으로 스포일러가 나올지 모르니 가급적이면 원작을 먼저 즐긴 후 이 소설을 읽으실 것을 권장합니다.

 

-캐릭터 디자인을 포함한 작중 이미지는 코이카츠, 코미포로 만들거나 RPG Maker MV의 기본 리소스+DLC와 캐릭터 만들기 기능을 사용했습니다.

-3명 이상의 인물이 대화하는 경우나 학급재판시에는 말하는 인물을 명시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대본체를 사용하겠습니다. 대본체를 쓰는 경우, 일상생활 및 조사 시에는 이름 “대사” 와 같은 식으로, 채팅기능 사용시에는 [이름:대사]와 같은 식으로, 학급재판 시에는 이름: 대사와 같은 식을 표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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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 안내방송이오 구리. 학원장의 이름으로 명하노니~지금 당장 시청각실로 모여주시오 구리!]


모노베헤와 모노아탄이 왜 우리를 불러 모으는 것인지 의문이다.
왠지 예감이 좋지 않다.
마치…이 이후에는 더 이상 어젯밤처럼 달콤하게 잠들지는 못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엄습해 온다.
물론 지난밤도 썩 달콤하게 잔 편은 아니었지만 이번 밤은 정말로 불안 해서 잠조차 자지 못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휘몰아쳐 왔다.
하지만 시청각실에 가지 않는다고 해도 모노베헤와 모노아탄이 무슨 짓해서라도 나를 시청각실로 가게 만들 것이 뻔해서 결국은 내발로 직접 가게 되었다.


타테츠치 토모노리 “뭔데.”


모노아탄 “누키키키~!다들 모누키메라패드는 잘 가지고 다니고 있음?”
“하찮은 인간들.맨날 나가겠다 나가겠다 노래를 부르는 주제에 살인 거부,매일 딴 짓, 이해불능.”
“마음을 굳히라는 의미로 동기비디오를 준비.”


시가라키 미키 “굳히긴 뭘 굳혀?”
“분명히 우리는 안 한다고 했어!”

 

모노베헤 “타하하하하~안 한다고 했소이까 구리? 그렇다면 여러분의 폭력성을 시험하기 위해 동기비디오를 보내주겠소이다, 구리!”

[From: 모노베헤&모노아탄]
[제목: 동기비디오]

모노베헤와 모노아탄이 우리에게 메일로 의문의 영상을 보냈다.

모에타 시쇼 “이 이상 저 녀석의 말을 순순히 들으려고 하지 마라, 저 동영상을 함부로 누르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잖아.”
“저 녀석은 여태까지 터무니없는 말들로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 너희들 모두 저놈에게 무모하게 맞서려고 해선 안 되겠지만 순순히 저놈의 말을 믿거나 따르지도 마라.”

모노아탄 “음란물이 아님. 시청 거부권 행사 불가. 이것은 물론 모에타선생에게도 적용 됨.”
“거부하는 놈은 누구든 예외 없이 시체로 결정”

모노베헤 “타하하하하~암만 그래도 시체로 결정은 좀 과하지 않소이까 구리!”
“시체로 결정 보다는 맨몸으로밖에 던져 버리는 게…”

모노아탄 “오라버니. 그것도 죽는 건 마찬가지임. 아무튼 우리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인간은 시체로 결정.”

동기비디오_타테츠치_토모노리 라는 제목의 영상을 누르는 순간, 화면에 가족들이 나타났다.

아빠, 엄마, 누나…
이런 상황에 부닥치니 가족들이 그리웠는데 이렇게라도 얼굴을 보니 그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 “토모노리, 보고 있어?”

누나 “무겐나라쿠엔학원 입학 축하한다~!나도 못한걸 네가 하고, 대단해 토모노리!”
“학교 엄청 좋다매?출세했다 출세했어!”
 “넌 누가 뭐래도 자랑스러운 내 동생이야.”
“비록 어릴 때 나랑 많이 싸웠지만…그것도 너가 내 과자를 마음대로 먹었다던가, 내가 네 잠바를 입고나갔다던가 하는 식의 사소한 이유로 어이없게 싸웠지만…”

‘누나 제발 욕을 하던가 칭찬을 하던가 둘 중 하나만 해’ 라는 생각이 나의 머릿속을 아주 빠른 속도로 지나갔다.
암만 자주 싸웠던 누나라지만 오랜만에 얼굴을 보니 참 반가웠다.

누나 “아무튼 이제 무겐나라쿠엔학원을 졸업하고 나면 철이 들겠지?!”


엄마 “무겐나라쿠엔학원에 들어가면 기숙사생활 해서 오래 떨어져 지내야 할 텐데, 걱정이네…”


엄마가 뿌듯해하는 한편 걱정된다는 듯, 눈물이 맺힐 것 같은 표정과 슬퍼하는 목소리로 말씀하시는게 들린다.


아빠 “토모노리. 앞으로는 너 혼자서 헤쳐 나가야 할 일도 많을 거고, 지금 보다 몇 배는 더 노력해야 할 수도 있다.”
“솔직히 토모노리가 너가 좀 걱정되는구나…그래도 토모노리가 알아서 잘할거라고, 괜찮을 거라고 믿어보마.” 
“그리고 이왕 축하 인사 영상 찍는데, 다들 기쁜 마음으로 인사하자.”


누나 “두 분 다 진짜…토모노리가 누구 아들인데, 누구 동생인데 스스로 못 하겠어?”
“나도 자취해서 나름대로 알아서 잘하고 있고, 토모노리도 분명 알아서 잘하겠지.”


엄마 “우리 아들, 보고 있지? 엄마랑 아빠, 그리고 누나는 앞으로도 그래 왔듯이 좋은 친구들을 사귈거라고…공부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여러 가지 것들을 배워서 성장할 거라고 믿고 있단다.”


부모님은 나를 믿어 주셨고, 그랬기에 가끔은 내가 헤매더라도 스스로 답을 찾길 바라셨다.
가끔은 부모님과 충돌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부모님은 나를 사랑하셨고 나 또한 부모님을 사랑했다.
누나도, 나랑 자주 다투기도 했지만 나를 자주 챙겨 줬다.
나랑 자주 투닥거리긴 했지만 “내 동생은 욕해도 내가 욕한다” 하면서 나랑 누나가 같이 있을 때 누가 싸움붙으면 내 편에 서주기도 했다.
지금도 부모님이, 그리고 누나도 나를 믿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고, 가족들의 얼굴을 보니니 희망찬 감정이 솟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가족들이 나를 믿고 있는 만큼 이성을 부여잡고 침착하게 상황을 헤쳐 나가고자 결의를 다졌다.
그러나 그런 나의 감정과 결의는 한순간에 두 동강이 났다.
집이 처참하게 파괴되고, 가족들도 영상에서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나의 집이었던 곳의 유리창이 깨지고, 무언가가 불에 타 연기가 자욱하게 나고,
비명과 총소리, 그리고 둔기로 사람을 때리는 듯한 소리가 들리고,
욕이라도 검열처리라도 한 듯이 삐 소리가 계속 들려온다.

이럴 리가 없어.
이럴 리가 없어!이럴 리가 없어!이럴 리가 없어!이럴 리가 없어!
이런 건 아니야!!이런 건 아니야!!!이런 건 아니야!!!!!!


[너의 가족 근황. 폭력과 테러로 대체되다.누키키키키키.]
[최신 근황은 졸업 이후에 알려드릴 테니 어서 학…아니 졸업을 하시오 구리!]


동기 영상은 모노베헤와 모노아탄 가증스러운운 문구와 함께 끝났다.


나는 생각할 시간조차 박탈당한 채 분노와 슬픔으로 가득 차 책상을 주먹으로 세게 내리치며 울부짖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카와사키 콘페이 “으아아아아앙-!엄마아-!!아빠아-!!”


후루이 치토세 “이건…그냥…지옥…이잖아…”


모로호시 사키코 “아아아악!!거짓말이야, 이런 건 다…거짓말이야!!”


무카에 노보루 “안 돼!!여기서 더 잃는 건 막아야 함다!!우리 가족도, 이제서야 말을 배우기 시작한 어린 조카도, 보육원의 동생들도!!잃을 순 없슴다!!”

하뉴다 히데히코 “이런 비겁한…그리고…사악한…!!”

이누부시 카즈마 “모노베헤 모노아탄 이 개 씨발 좆 같은 새끼들아!!!”

유키시로 유즈키 “…하…”

키리시마 후쿠로 “이 노인네가, 씨…!”

시가라키 미키 “이럴 수가….!어흑…..”

아타고 사요리 “이런 염병할!”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마스카라가 번지도록 우는 모로호시나 온갖 육두문자를 뱉는 이누부시, 큰소리를 내며 서럽게 우는 카와사키 같이 반응이 상당히 격했던 경우를 빼더라도, 모두가 울 거나, 분노하거나,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히라사와 조차도 표정이 극적으로 변하지는 않았지만 불쾌감과 당혹감이 느껴졌다.
적어도 유쾌한 듯한 표정을 짓는 건 모노베헤와 모노아탄 이 둘 뿐이었다.


토요사토 니노 “으흐윽…내보내 주세요…내보내 달란 말이에요!!제가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 건데요!!”

무카에 노보루 “기다려요!!토요사토씨!!어디가시는검까!!”


그 와중에 토요사토가 울면서 뛰쳐나가는 돌발사태가 발생했고, 무카에가 토요사토를 급하게 쫓아갔다. 


하뉴다 히데히코 “그만, 그만, 그만!”
“다들 그만하게, 영상 내용은 다 사기일 게 뻔하지 않은가!이런 걸 그대로 믿으면 우민이 되는 거야.”


모노아탄 “사기?아님. 우리는 매우 진지함.”


모노베 대놓고 우리를 엿먹이는 듯이 계속해서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모노베헤“더 놀라운 이야기 듣고 싶소이까? 여러분은 전부다 지구를 벗어난 상태요, 구리!”

시가라키 미키 “개소리 집어쳐! 우리가 지구를 왜 벗어나?!”
“밑도끝도 없이 우리가 지구 벗어났네 어쩌네 하면서 불난집에 휘발유 뿌려서 뭘 얻으려고?”

소라나가 켄타 “그래, 서기가 하는 말이 맞다, 맞아!”
“이런 식으로 복선도 개연성도 없이 밑도 끝도 없는 충격을 위한 충격만 남발하면 그게 현실이 아니라 픽션이라고 해도 욕먹을 수 있다고!”

시가라키도, 소라나가도 눈물을 흘리는 채로 분노를 쏟아 내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으며, 나였어도 분명히 그랬을 것이다.


모노아탄 “오라버니, 인간들은 원래. 말로만 하면. 믿으려고 하지 않음.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함.”
“창문 가림막. 열여 주겠음. 그리고 보여주겠음.”
“작은 인간들아, 너희도 바깥세상 그렇게도 보고 싶어 했잖음?이게 바깥 세계. 어둡고 깜깜한 우주임.”


모노아탄이 말을 마치더니, 바로 창문 셔터를 올려서 유리창 너머의 세계를, 한없이 어두운 우주 공간을, 운석 같은 것이 둥둥 떠다니는 우주를 보여줬다.
그리고 달…아니, 달이랑 비슷하게 생겼지만 달이 아닌 것 같은 행성이 보였다.

모노베헤“이걸 보고도 우리가 하는 말이 장난으로 들리시오 구리?”
“이 학교는 우주 전함이오 구리. 그리고 지금은 수성 주변을 돌고 있소이다 구리!”
“달이랑 비슷하게 생겨서 달 인 줄 알 수도 있겠지만 유감!저건 수성이었소이다 구리!”
“보고도 못 믿겠으면 한 명 시험 삼아서 밖에 맨몸으로 데려다 주겠소이다 구리~그런데 함부로 나가려고 했다간 불타죽거나 얼어 죽을 테니 싫지 않소?”


밑도끝도 없이 여기가 사실 우주 전함이네, 사실 우리가 수성 근처를 지나가고 있네 하는식으로 떠들어 대니 받아들이기 힘들다. 
하지만 그동안 발견한 의심스러운 점들이 여기가 우주 전함이라는 사실을 뒷받침 하고 있었다.


쓸데없이 방사능에 내성이 좋은 시계, 물 절약 및 정화를 위한 단수, 욕실에 굳이 둘 필요가 있나 싶었던 물 없이 닦는 특수 세정제, 진짜 햇빛이 아닌, 굳이 인공 햇빛을 이용한 식물 재배…
그 모든 수수께끼가 한 번에 풀렸다.
그것도 정말 악의적이고 악질적이며 악독한 방법으로 말이다. 


밤을 연상케 하는 어두운색의 돔형 천장이나, 낮이 절대로 찾아오지 않는 것 같은 이상한 환경만이 보이는 본관과 후관의 창문, 창문 하나 없는 기숙사를 보고 여기가 상당히 인위적이며 부자연스러운 곳이며, 우리를 가두기 위한 곳이라는 것까지는 알 수 있었지만, 여기가 우주 전함이라는 결론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하지만 ‘굳이 저렇게까지?’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들은 전부 여기가 우주 전함이라는 허튼소리를 뒷받침 하는 근거가 되었던 것이다!


후루이 치토세 “당신들이 진짜 외계생물이라는 말이 하고 싶었던 것이옵니까?”
“이러다…우리는…인체실험…당할 것이옵니다…가축처럼…부려 먹힐 것이옵니다…그야말로…지옥…”

소라나가 켄타 “으아아아아 제발 그런 불길한 소리 하지 말라고!!”

후루이 치토세 “소…송구하옵니다!!용서해주시옵소서!!!”


모노아탄 “의미불명, 영문을 모르겠음.”
“바깥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해서 알려 줬을 뿐임. 뭐가 문제?”


라무다 엔슈 “지들이 먼저 살인 게임 동기랍시고 이런 거 뿌린 주제에!”

 

모노아탄 “우리는 그냥 동기라고만 했고 마음 굳히라고만 했음. 살인 게임 동기라고는 명시 안 함.그러므로 아무튼 문제 될 건 없고 우리 탓은 아무튼 아님.”



모노베헤 "히라사와, 하뉴다, 텐도같은 높으신 분 자식들, 명문가 자식들이나 이누부시, 모로호시,소라나가, 나카무라 같은 대 스타들이 사라졌는데도 밖에서 구출 시도조차 안 하는 것을 보고 금방 알아챌 줄 알았는데...그 생각을 못했소이까, 구리?안 하는건지 못 하는건지는 둘째 치고 말이오!"

“아무튼 반응 잘 봤소이다 구리!”
“인간들은 학교라는 이름의 감옥에 갇힌 성장중인 죄수를 학생이라고 하지 않소이까 구리?그렇다면 결국에는 재능있는 죄수가 된 여러분은 초고교급이라고, 휴지 조각 미만의 권위를 가진 교도관인 모에타 선생은 담임 겸 학생주임이라고 불러야겠소이다,구리.”


모노아탄 “우리의 임무, 이제 끝났음. 예전처럼 돌아가는 것 절대 불가능.”


라무다 엔슈 “꼴도 보기 싫으니까 꺼져!”


모노베헤 “그렇게 버르장머리 없이 말 안 해도 꺼져드릴 예정이었소이다 구리!”
“떼잉…요즘 인간들 말버릇 하고는…쯧쯧쯧…”
“그럼 우린 이만 가 보겠소이다 구리!”


모노아탄 “안녕 사요나라 굿바이 아디오스 짜이찌엔.”


그렇게 모노베헤와 모노아은 바람보다도 빠른 속도로 사라졌다.
허나, 꼴도보기 싫은 둘이 갔다고 해서 이 상황이 종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사카이 란마 “아침에 누가 ‘그래도 살인은 쉽게 일어나지 않을 거다’ 라고 했죠?”
“자, 이걸 보시죠, 이걸 보고도 그런 소리를 지껄일 수 있겠습니까?”
“신뢰?유대?다 휴지쪼가리일 뿐입니다.”
“영상 하나 던져 준다고 호들갑 떠는 꼴 하고는…”

시가라키 미키 “야, 사카이. 너 슬슬 선 넘는다? 말조심해.”

사카이 란마 “뭐, 이거 하나 수습 못 하는 학급회도, 그런 무능한 놈들한테 표 던져 준 것들 수준도 알만 합니다. 크큭.”
“하긴, 암만 날고 기어봐야 고등학교 애새끼들일 뿐인데 애새끼들이 대처를 제대로 할 수 있긴 합니까?”
“여기가 명문 고등학교인지 아니면 똥통 고등학교인지…참나…”

키리시마 후쿠로 “뭐야 이 자식아?!한번 맞아봐야 정신을 차려?”

사카이 란마 “담임 선생님, 반장, 부반장도 아니고…하다못해 간부급인 서기나 부장도 아니라 찌끄러기가 말대꾸..?”
“완장 없으면 그냥 닥치고 내가 하는 말에 아 그렇구나 하고 가만히 있으면 됩니다.”
“어디 한 번 때릴 수 있으면 그렇게 해 보시죠?”


키리시마는 그대로 뛰쳐나가 사카이의 뒤통수를 래리어트로 후려쳐 안경을 날려 버린 후 멱살을 잡았다.
어디 한번 때릴 수 있으면 그렇게 해 보라는 말이 끝나자마자 진짜로 때려서 놀랐다.


키리시마 후쿠로 “이 자식이 진짜…그렇게 맞고 싶다면 네놈 소원대로 두들겨 패주마…!”
“너 이 자식, 어제부터 자꾸 개소리 지껄이는데, 완장 달고서 한다는 짓이 겨우 그거냐?! 한심한 놈 같으니라고!”


키리시마와 사카이는 그 상태에서 싸우기 시작했다.
사카이가 키리시마의 얼굴을 가까스로 할퀴어 상처를 내긴 했으나 사실상 사카이가 일방적으로 멱살을 잡힌 채 주먹으로 얻어맞았다.


모에타 시쇼 “지금 제정신이야?!이게 무슨 짓거리야!!”
“둘 다 어서 멈춰!”


키리시마 후쿠로 “놔요!



담임 선생님과 시가라키가 키리시마를, 히라사와와 하뉴다가 사카이를 붙잡고 둘을 떨어뜨려 놓았으나 담임 선생님과 시가라키는 상당히 힘들어하는 눈치였다.
키리시마가 누구인가?
이미 한참전에 설명했지만 경이로운 힘으로 유명세를 떨친 초고교급 가라테가다.
저 둘이 허약하지 않다고 해도 키리시마를 붙잡는데는 한계가 있고, 키리시마가 저 둘에게서 벗어나 사카이에게 달려드는데는 그렇게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히라사와 카가미 “...아시카가씨, 유키시로씨, 부탁하겠습니다.”


결국 이나호 선배가 키리시마의 뒤로 가 키리시마를 붙잡고 유키시로가 키리시마의 명치에 주먹을 꽂아 넣고서야 사태가 종료되었다. 


키리시마 후쿠로 “크헉…”


유키시로 유즈키 “키리시마군, 진정해라.”


아시카가 이나호 “거참, 이러지 말고 진정혀, 진정 하랑께.”
“나처럼 개털 되기 전에 말여…!”


이나호 선배가  그대로 성큼성큼 걸어가서 키리시마와 사카이를 양손에 한 명씩 붙들어서 떨어뜨려놨다.


모에타 시쇼 “키리시마 학생, 사카이 학생. 둘 다 칠판 앞에서 무릎 꿇고 손들어.”
“둘 다 뭐하는 거야?정신 안 차릴래?어?”


키리시마와 사카이를 무릎 꿇린 선생님은 둘의 눈앞에서 호신용 지휘봉을 휘두르며 야단 치셨다. 


키리시마 후쿠로, 사카이 란마 “죄송합니다.”


모에타 시쇼 “키리시마 학생. 한 번만 더 내 앞에서 쌈박질 하면 그땐 정말 칼 같이 징계 내릴 거다, 알았어?”
“내 앞에서 폭력을 휘두르다니 제정신이야?!”
“네가 무슨 깡패,조폭인 줄 알아?!어?넌 운동선수야, 운동선수! 일반인한테 함부로 싸움걸면 너 정말 문제 생기는 수가 있다고!”


키리시마 후쿠로 “...면목 없습니다.”


모에타 시쇼 “그리고 사카이 학생. 총무라는 중책에 앉아 있는 놈이 분란을 진정시키기는커녕 분란을 일으켜?”
“일반 학생이 분란 일으켜도 내가 그냥 못 넘어가는 마당에, 총무씩이나 되는 놈이 그런 소리를 지껄이는 게 말이 돼 안 돼?!내가 너 완장달고 거들먹 거리면서 남 깔보라고 총무직 줬다고 생각하나!”
“너도 한 번만 더 이런 짓 하면 바로 경질이야 경질!!내 말 알아들었나!!”


사카이는 그저 무언가를 곱씹는 듯한 표정으로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그리고 무카에가 밖으로 뛰쳐나간 토요사토를 데리고 다시 돌아왔다.
둘 다 표정이 상당히 착잡했지만, 다행히도 무카에가 토요사토를 어느 정도 진정시킨 모양이다.


모에타 시쇼 “토요사토 학생…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없이 뛰쳐나가고 그러지 마라. 적어도 말은 하고 나가라고. 선생님이 걱정했다. 둘 다 어서 앉아.”
“그리고 무카에학생이 돌아왔으니 이 이야기는 지금 해야겠군.”
“키리시마 학생은 조회 끝나면 1학년 1반교실 가서 칠판에 ‘다시는 급우를 폭행하지 않겠습니다.’를 가득 쓰고, 사카이 학생은 1학년 2반 교실에 가서 ‘다시는 직책에 걸맞지 않은 발언하지 않겠습니다.’ 를 써라.”
“무카에 학생이랑 히라사와 학생이 키리시마 학생이랑 같이 가고, 하뉴다 학생이랑 시가라키 학생이 사카이 학생이랑 같이 가라.”
“그리고 둘이서 칠판에 빽빽이 다 쓰면 다 썼다고 보고해.”
“다들 자리에 앉아서 그대로 눈감고 있어. 일단 10분 정도 줄 테니 그 상태로 다들 감정 추스르고 진정되면 그때 이야기 계속 하겠다.”
“지금, 이 상태에서 뭘 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본다.울고 있다면 10분 안에 다 울도록 해라.”


하뉴다 히데히코 “애들한테 휴지 좀 나눠 주고 와도 되겠습니까?”
“선생님 것도 드리겠습니다.”


모에타 시쇼 “오냐…고맙구나”


하뉴다는 주머니에서 물티슈를 꺼내서 반 친구들에게 한 장씩 돌렸다.


하뉴다 히데히코 “...다 떨어졌군…”


시가라키 미키 “한 장 으로는 부족할 것 같은데, 내가 가져올게.”


시가라키가 화장실로 쏜살같이 달려가서 휴지를 가져온 후 일정량을 뜯어서 또다시 반 친구들에게 주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렇게 우리는 눈을 감은 채로 10분 동안 앉아 있었고, 키리시마와 사카이는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든 채 10분 동안 벌을 받았다.
참으려고 애를 썼지만 역시 내 눈에서 흘러나오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눈물은 폭포수 처럼 쏟아져 나오기보다는 시냇물처럼 조용히 졸졸 흘렀다.
억울하고, 분하고, 분노와 슬픔이 치밀어 오르고, 그런 감정들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넘쳐흐르는 기분이었다.
엄마도, 아빠도, 누나도, 나도…
영문도 모른 채 거대한 폭풍에 밀려들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단 말인가…



모에타 시쇼 “좋아, 이제 눈을 떠도 좋다.그리고 눈물을 닦아.”
“나는 지금이 제군들에게 가장 힘든 시기라는걸 안다.그건 이 선생님도 마찬가지예요.”
“허나, 이런 전대미문의 상황일수록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게 맞다. 급하게 무언가를 해결하려고 해선 안 되고, 그럴 수도 없어.”
“우선은 우주복을 인원수만큼 확보하고, 탈출선을 찾아내거나 조종실의 제어권한을 차지하는 것을 최종목표로 한다.”
“라무다 학생, 숙직실 앞 웹캠은 계속 켜놔라.앞으로도 너의 도움이 많이 필요할 것 같구나.”
“네트워크 해킹이나 분석을 제일 잘하는 사람은 너니까 너한테 일을 맡길 생각이다.”


그 와중에 카와사키는 아직도 울고 있었다.
아까처럼 고개를 젖혀서 펑펑 우는 수준 까지는 아니었지만, 여전히 훌쩍거리고 있었다.


모에타 시쇼 “카와사키 학생, 미안 하지만 슬슬 울음 그쳐라.”
“...앞으로 너가 마주해야 할 상황은 이것보다 몇 배는 더 혹독할 거다. 계속 그렇게 주저앉아서 울고만 있을 거냐?넌 곧 어른이다 어른!”


카와사키 콘페이 “흑…하지만요오..…”


그때, 울고 있는 니시키노가 카와사키에게 다가가서 등을 토닥여주며 미소를 지어줬다.
분명 니시키노도 아까까지만 해도 울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금방 털고 일어나서 다른 사람을 챙겨 주는 것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존경심이 들었다.


니시키노 마리에 “카와사키군, 착하지…”
“일단 선생님 하시는 말 들어 주겠니? 카와사키군의 엄마도 아빠도, 그렇게 쉽게 당하시지 않을 거라고…그렇게 믿고 있어 주렴…”


카와사키 콘페이 “으,응…”


덕분에 카와사키는 울음을 멈췄다.
나중에 다시 울더라도, 지금 잠깐만이라도 울음을 멈출 수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하뉴다 히데히코 “선생님, 저희하고 선생님이 어쩌다가 우주로 끌려왔는지 기억하십니까?”
“생각나시는 거 없으십니까? 부탁 좀 하겠습니다! 알려주십시오! 이럴 때일수록… 선생님이 필요하단 말이에요!”


모에타 시쇼 “...나도 모른다.”


큰일이다.
분명히 선생님이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가지고 계셨어야 할 텐데, 선생님 조차도 모르신다니.


나카무라 타마코 “아니…쌤이 모른다카시면 저희는 어떻게 합니꺼?”
“진짜 큰일 났심더!”


모에타 시쇼 “미안하구나…어째서인지 기억이 나지 않아서 말이다…”


기억이라…어쩌면 자기 초고교급 재능을 밝히지 않으신 것도 밝히지 않으신 게 아니라 못하신 걸지도 모른다.


라무다 엔슈 “기억이 안 나?말 안 하는게 아니고?”
“...그럼, 여기 오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일은 기억하긴 해? …아니, 애초에 아저씨는…진짜 선생님 맞긴 한 거야? 왜 이 학교에 대해서 아는 게 없다고 그래?”


모에타 시쇼 “아직 제군들은 모르겠지만 어른의 사정이라는 게 있어서 제군들이 꼬치꼬치 캐묻는다고 해서 바로 대답해 줄 수 있는 게 아니다.”


아타고 사요리 “어른의 사정, 저도 많이 들어는 봤디요. 저라고 해서 모르고 사는 건 아닙네다.내래…암만 재수생이었지만은…공부만 하고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은 아닙네다?”


모에타 시쇼 “그래, 아타고 학생이면 내가 뭐라고 하는지는 대충 감이 오겠지.”


아타고 사요리 “그런데 캥기는 거 숨기는 용으로 많이 쓰는 핑계를 선생님이 쓰실줄은 몰랐습네다.”
“썅간나 새끼들이 우려먹을 대로 우려 먹는 핑계를 이런 상황에서, 선생님한테까지 그런 소리를 듣고 싶지는 않았수다레.”


아타고만 그런 건 아니고 초고교급이 되기 위한 난관을 헤쳐 온 학생들이라면 다들 사회의 쓴맛을 봤겠지만, 그걸 유독 많이 맛봤을 법한 아타고 조차도 ‘어른의 사정’이라면서 답변을 회피하려는 선생님한테 많이 실망한 모양이다.


모에타 시쇼 “....일단 이야기해줄 수 있는 것부터 천천히 이야기해 줄 테니까 재촉하지 말고 기다려.”


아타고 사요리 “알았습네다.”


모에타 시쇼 “우선, 생각나는 것부터 이야기하면…으윽!”


선생님이 증언을 시작하시려던 찰나에 갑자기 기침하며 피를 토하셨다.


무카에 노보루 “선생님?!”


라무다 엔슈 “뭐야?!아저씨 왜 그래?!아픈 거야?!괜찮아?!”
“나 아무것도 안 했는데 도대체 왜?!”


방금 전까지만 해도 선생님을 몰아붙이려던 라무다 조차도 눈앞에서 선생님이 피를 토하니 상당히 당황한 기색이었다.
나였어도 그랬을지도 모른다.


텐도 리히토 “어디 편찮으십니까?!


모에타 시쇼 “나…아픈거 아니다…이것들아…쿨럭!”
“..이럴 리가 없는데…왜 갑자기…!”
“선생님 아직 멀쩡하다!!쿨럭쿨럭…”



텐도 리히토 “...선생님은 일단 내가 사감실로 옮긴다!”


모에타 시쇼 “텐도 학생!나 아직 걸을 수 있어!나..환자 아니다?!”


텐도 리히토 “제가 의사 면허도 없거니와 의대생도 아니라 정확한 진단은 못 하지만 일단 약은 드릴 수 있습니다.”
“선생님 상태 보고 상비약 꺼내드릴 테니까 조금만 참아주십시오…”


결국 선생님은 텐도의 부축을 받고 나가셨다.


이누부시 카즈마 “시쇼 형 도대체 뭐냐?”
“진짜 아픈 거야 아픈척이야 뭐야? 아니지, 저 정도면 진짜 아픈거 같은데?”


히라사와 카가미 “일단 이만 해산합시다. 사카이 씨, 키리시마씨도 일어서세요.”
“선생님의 조치로 감정을 가라앉히기는 했지만, 이상태로 건설적인 토론을 시도하는 건 무리입니다.”

 

 

타테츠치 토모노리 "...알겠어."

 

 

히라사와 카가미 "다들 나가시기 전에 이 히라사와 카가미가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저는 검찰총장이신 아버님이 괴한에게 총을 맞고, 어머님이 괴한에 의해 머리를 다치시며, 법조인들이 대놓고 질서를 파괴하는 영상을 봤습니다.저희 아버님께서 중태에 빠졌고...모노베헤와 모노아은 아버님이랑 어머님이 살아 계신지 돌아가셨는지 궁금하냐며 살인을 종용했지요."

"허나, 저는 살인을 저지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게 법의 수호자인 저의 역할이며, 법의 수호자로써 제가 모두와 한 약속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약속을 깨는것은 제 책임을 내던지는 행위이며 모두를 배신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제가 죽는한이 있더라도 질서를 파괴하지 않겠다는 맹세는 깨지 않겠습니다.특히, 질서의 수호자인 제가 합의를 어긴다면 법에대한 불신을 품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며, 결국에는 법이 무용지물이 되어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를 믿지 않으셔도 상관은 없지만 부디 질서를 깨뜨리지는 말아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히라사와는 결의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최소 중태에 빠진 상황이라면 누구나 충격을 먹겠지만, 히라사와는 그 상황에서 마저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어린나이부터 법의 수호자로서 판결을 내려온 자라고는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며 상황을 정리하려는 것을 보고 경외감을 느꼈다.

...이 아이가 과연 내 또래가 맞는건가?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히라사와가 짧은 연설을 마치자, 안 돼서 텐도가 다시 들어왔다.



텐도 리히토 “...일단 선생님은 사감실에 데려다 드리고 왔어.”
“위독하신 건 아니지만 목 상태가 많이 안 좋으셔.”


타테츠치 토모노리 “뭐 때문에 아프시대?”


텐도 리히토 “미안하다…내가 의사 면허가 없어서…나도 잘 모르겠다…”
“폐렴도 전염병도 아니긴 한데, 그래서 원인을 더욱 알기 힘들군.”


무카에 노보루 “...다들 방에 들어가서 쉬시던, 운동을 하시던…일단 다시 원래 하시던 걸 하면서 마음을 추스르는검다. 저는 할 일하러 가겠슴다.”
“죄송함다 여러분, 저는 많이 부족해서 제가 이 상황에서 이런 대처밖에 할 수 없슴다….”
“그래도 저는 여러분을 지키기 위해 이 한 몸 바치겠슴다!”
“그리고…선생님이 말씀하신 대로 키리시마씨는 저랑 히라사와씨랑 같이 1학년 1반으로 가고, 사카이 씨는 시가라키씨랑 하뉴다씨랑 함께 1학년 2반으로 갑시다!”
“갱생의 첫걸음을 내딛는검다!”


키리시마와 사카이는 그렇게 학급회 임원들에게 붙들려서 1학년 1반과 1학년 2반으로 향했고, 그 이후로 다른 친구들도 한 명씩 나갔다.
지금 남아있는 건 나, 울다가 힘 빠졌는지 꾸벅꾸벅 졸면서 니시키노의 어깨에 기대는 카와사키, 그런 카와사키가 본인에게 기대도록 해주는 니시키노, 아타고, 사감실 갔다가 금방 돌아온 텐도, 라무다뿐…
이렇게 세고보니 뜻밖에 많이 남아 있긴 하구나.


텐도 리히토 “무카에경은 방금 나갔고, 후루이경, 아시카가경은 아직 있나?”


후루이 치토세 “아직..여기 있사옵니다…


텐도 리히토 “어제 다친 데 상태를 좀 봐야겠어.”
“무카에경이랑 아시카가경도 상태를 봐야 하는데 하필이면 무카에는 누구 감시하러 나갔고 아시카가는 언제 뭐 하러 나갔는지 몰라서…나중에 따로 불러야겠군.”
“미안하다…아침에 미리 상태를 봤어야 했는데 아침에 정신이 너무 없어서 못 불렀다…”


후루이 치토세 “소..소인은 괜찮사옵니다.”


텐도 리히토 “보자…손에 있는 상처는 어느 정도 아물었으니 밴드를 붙이면 되겠군…”
“불편한 건 없었나?”


후루이 치토세 “왼손 다쳤는데 그래도 그나마 소인이 오른손잡이라서 그렇게까지 불편하지는 않았사옵니다…”


텐도 리히토 “다행이군.”
“앞으로는 조심해, 알겠어?”


후루이 치토세 “아,알겠사옵니다…”


아타고 사요리 “이제 남은 사람도 별로 없구만 기래…”
“이보라우, 마리에, 토모노리, 콘페이. 잠깐 모이지 않갔어?”


타테츠치 토모노리 “갑자기…왜?”


아타고 사요리 “이걸 새삼스레 또 이야기하긴 좀 기렇지만…봉사복지부가 하는 일은 반 친구들의  불만사항 같은 걸 모아서 반장, 부반장이랑 담임 선생님께 전달하고, 고민이 있는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 주고 답변해 주는 거디 ,알간?”


니시키노 마리에 “물론 알고 있단다~”


타테츠치 토모노리 “기억하고 있었어.”


니시키노 마리에 “다들 힘들어하고 있을 이런 때야말로, 우리 봉사복지부가 나설 차례지?”


아타고 사요리 “잘 아는구만 기래.”



라무다 엔슈 “와…맨날 정신 나간 짓거리만 골라서 하는 저 주정뱅이가 웬일로 저렇게 진지한 소리를 한대?”


아타고에게는 좀 미안 하지만…솔직히 나도 라무다와 같은 생각을 했다.
그래도 봉사복지부장이라는 직함 자체는 장식이 아닌지,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아타고도 진지해질 수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아타고 사요리 “꼬마야, 내래 맨날 잠만 퍼질러자고 음료수만 퍼먹고 사는 줄 아는 모양인데, 나도 급한 상황에서 까지 그렇게 살진 않는다?”
“...근데…지금 당장 여기서 이야깃거리 급하게 만들긴 힘드니까 좀 쉬고…오후 4시쯤에 목욕탕탕 앞에 모인 후에 편하게 안마의자에 앉아서 이야기하자우.”


타테츠치 토모노리 “왜 하필 안마의자야?”


아타고 사요리 “경직된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하는 거 좋아하는 사람은 없지 않갔어?”


지극히 아타고스러운 이유면서 뜻밖에 평범한 이유였다. 
아마 아타고는 나름대로 우리를 배려하는 모양이다.


아타고 사요리 “그럼 나는…낮잠이나 자야갔어…”
“누가 콘페이 좀 깨우라.”


니시키노 마리에 “카와사키군, 일어나.”
“잠은 방에 가서 자야지?”


카와사키 콘페이 “..응…”


대답은 하는데, 눈감고 대답중인걸 보면 졸면서 잠꼬대 하는 모양이다.


니시키노 마리에 “많이 졸리니?그럼 내가 업어 줄까?”


카와사키 콘페이 “어…”




타테츠치 토모노리 “아무튼…다들 4시에 목욕탕 앞에서 보자.”


결국 잠든 카와사키를 니시키노가 업은 채 기숙사로 데려다 줬고, 나와 아타고도 너덜너덜해진 몸과 마음을 이끌고 기숙사로 걸어갔다.
그리고…눈물도 서러움도 내 몸의 때도 전부 씻어 버리기 위해 목욕했다.
시원하게 목욕하고 나오니 알림이 울려서 모누키메탭을 확인해봤더니, 채팅방에 메시지가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었다.


무카에와 아시카가를 찾는 텐도, ‘뭐여 시방, 싸게싸게 갈 테니께 거기서 기다리랑께’ 라고 답장한 이나호 선배, ‘키리시마씨가 반성문 다 쓰시는 거 보고 가겠슴다, 그리고 저 지금 상태 괜찮으니까 너무 걱정은 마십쇼’ 라고 답장한 무카에.
그것과는 별개로 아까 선생님한테 화낸게 괜히 미안 해졌는지 사과할까 고민하는 라무다와 사과할거면 직접 만나서 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하는 시가라키 등…
수많은 메시지가 오고 갔지만…
제일 눈에 띄는건 키리시마와 사카이가 칠판에 빽빽이를 다 썼다는 메시지였다.
그 와중에 둘 다 글씨를 또박또박 썼고 생각보다 빨리 쓴 것 같아서 놀랐다.
…이렇게까지 한 거 보면 당분간은 걱정 안 해도 되겠지.
담임 선생님도 있고 그 외에도 학급회 애들도 있고 하니까 대놓고 설치는 건 아무래도 어렵지 않을까?


약속시간이 된 후, 나는 이런저런 생각을 뒤로하고 기숙사 목욕탕 앞으로 간 후 바로 안마의자에 뛰어들었다.


아타고 사요리 “어우 편하다 편해…어때, 이제 이야기할 맛이 나는구만 기래?”


니시키노 마리에 “카와사키군, 이제 좀 괜찮니?아까 너무 서럽게 우는 거 보고 마음이 아팠단다.”


카와사키 콘페이 “응…지금은 좀 괜찮아…아직도 좀 슬프긴 한데에...”
“아까 나 위로해 줘서 고마웠어…그리고 나 업어서 데려다준것도 고마웠구우…니시키노 누나아…”


니시키노 마리에 “아직도 슬퍼?뭘 하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니?”


카와사키 콘페이 “우웅…역시이…달고 맛있는 걸 만들고 먹는 게 제일 좋아!”


니시키노 마리에 “그럼…좀 있다가 나랑 같이 만들지 않겠니?”


카와사키 콘페이 “에헤헤…좋아…”
“그리고…만드는 김에…라무다랑…형 누나들 먹을 거랑…선생님 드실 것도 같이 만들래애~”
“단 음식을 먹으면 다들 행복해질 거야아...그치이?단 음식은 다들 좋아하니까아…”


아타고 사요리 “다들 잘하고 있구만 기래?”
“...근데…후식만 있으면 좀 그렇지 않갔어?”
“식사도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디.”


타테츠치 토모노리 “...다 같이 불러내서 저녁같이 먹자고 하게?”
“밥 같이 먹는 게 단합 다지는데 좋긴 하지, 어지간히 사이 안 좋은 거 아닌 이상은 말이야.”


아타고 사요리 “기래. 이해가 빠르구만.”


‘어지간히 사이 안 좋은걸 아닌 이상’이라고 말하고 나서 생각난 건데, 하필이면 몇분 전에 누가 싸우지 않았던가…
그 둘은 어떻게 하는 게 낫나 걱정이다.
반성문 쓴지 얼마 안 돼서 대놓고 폭력 휘두르고 싸우지는 않겠지만 앙금이 쉽게 가실리가 없어서…

타테츠치 토모노리 “아까 싸운 두 명은…괜찮을지 모르겠다.”


아타고 사요리 “고 아새끼들도 생각이 있으면 선생님한테 그렇게 혼나고 반성문까지 쓴 직후에 싸우지는 않갔디.”
“암만 미친 간나 새끼들이라고 해도 여태까지 선생님한테까지 지랄하는 놈은 없었다.”
“카즈마랑 엔슈도 선생님한테 반말을 써서 그렇지 선생님 하시는 말은 고분고분 들었고 말이디.”
“그러니까 쓸데없는 걱정은 하지 말라우.”


맞는 말이다.
여태까지 선생님의 역할이 엄청 크다는 생각까지는 못했는데 오늘 싸움말리고 우는애들 꾸짖고 타이르시던 거 보면 그래도 교사 생활 하시면서 세월을 허투루 보내신 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키리시마가 워낙 세서 키리시마 제압할 때 힘 좀 쓰는 애들 동원한지라 선생님 혼자서 하신 건 아니긴 해도 선생님이 지시하시는 건 웬만하면 애들이 잘 따르긴 하니까 말이다.


타테츠치 토모노리 “그리고…저녁 식사 같이하자는 것도 감정 풀자고 하는 거니까…다들 서로 최소한 사이 원만해지고 부정적인 감정 좀 추스를 수 있으면 그걸로 된 거겠지.”


니시키노 마리에 “내가 저녁 식사를 만들고, 카와사키군이 후식을 만들면 되겠지?”


아타고 사요리 “기래.”
“아, 나도 요리 만드는 거 돕갔어.”
“선생님 편찮으시니끼니 몸에 좋은 거 하나 만들면 되갔디.”


타테츠치 토모노리 “난 뭐 하면 돼? 나도 요리 만드는 거 도와줘?”


아타고 사요리 “너는 됐고…홍보나 좀 하고 오라우.”
“내래 토모노리 아우의 안목을 믿갔어.이 이후의 일은 너한테 맡기는 거다, 알간?”


타테츠치 토모노리 “...정말로 나한테 맡기는 거지?”


아타고 사요리 “...같은 말 여러 번 하게 하지 마라.”



타테츠치 토모노리 “그 말 책임지는 거지?”


아타고 사요리 “그럼 안 지겠냐?”
“내래 권력남용 좀 하갔어. 내래 부장이야. 잔말 말고 홍보 하라우. 무슨 방법을 쓰든 간섭은 안 한다.”


이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면 진심인 모양이다.
그 니트같은 아타고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꽤 진지한 눈빛과 목소리로 말하는 걸 보니 나도 진심으로 내가 해야 할 일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솔직히…


타테츠치 토모노리 “그럼 홍보하러 간다?”
“다들 힘내고…놀랄준비 하고 있어.”


그렇게 나는 안마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기숙사 밖을 향해 걸어나갔는데…
홍보 하러 가겠다고 자신 있게 말하긴 했지만 사실 계획은 못세웠다. 
계획은 사람 좀 모아서 천천히 세우면 되니 문제는 없을 것이다.
저번 지하통로때랑은 다르게 이번에는 입 가벼운 애들 불러도 될 것 같다.
아니, 입 가벼우면 오히려 좋아.
그리고 입이 가볍다는 조건을 만족하면서 깜짝 이벤트 준비에 능할 것 같은 애들이 딱 학예홍보부니 학예홍보부 애들을 부르기로 했다.
나는 즉시 채팅 앱을 켜서 학예홍보부 친구들을 초대했다.
우선, 다들 상태는 괜찮을까 싶어서 안부를 물어 봤다.
특히, 이 세 명이 반응이 좀 격했던지라 걱정이 든다. 


필터링을 꿋꿋하게 뚫어가며 욕을 하는 이누부시, 그런 이누부시한테 태클 거는 나카무라,이모티콘을 붙여가며 괜찮다고 하는 모로호시를 보니 상태가 호전된 것 같아 안심하고 이 셋을 중앙정원에 불러 모았다.


타테츠치 토모노리 “다들 시간 내줘서 고마워.”


나카무라 타마코 “뭐 할라꼬 불렀는데?”


타테츠치 토모노리 “애들이랑 선생님 기분 풀려고 저녁때 니시키노랑 카와사키가 둘이서 맛있는 거 만든댄다.”
“근데…홍보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지 몰라서 너희한테 도움 좀 받으려고…”
“부 이름이 학예’홍보’부 인데 이런 건 너희가 잘하지 않을까 싶더라.”


모로호시 사키코 “원래 이런 건 우리가 잘하지!”
“우리라고 해서 맨날 노닥거리는 건…맞긴 해서 할 말이 없네…아하하하…”


이누부시 카즈마 “됐고, 홍보를 뭐 어떤 식으로 했으면 좋겠냐?”
“애들 상대로 어그로 한번 끌어?”


타테츠치 토모노리 “위험한 거 하면 너도 끌려가서 칠판에 반성문 쓰게될 수도 있다…그래도 위험한 거만 아니면 돼.”


이누부시 카즈마 “에이 씨 재미없게…”


그렇게 머리를 싸매고 몇분 동안 고민했지만…아이디어가 좀처럼 나오지를 않았다.
네 명이서 모여서 눈에 띄었는지, 지나가던 무카에와 시가라키가 말을 걸었다.


시가라키 미키 “너희들…거기서 뭐 해?”


타테츠치 토모노리 “작전 회의.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해 저녁모임을 준비 중인데 홍보 겸 분위기전환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해서.”


무카에 노보루 “오!그럼 저도 좀 끼워주시겠슴까!”
“이 어려운 시기에 제가 가만히 있을순 없죠!영웅은 발로 뛰어야 하는 법이니까요!”


이참에 좀 더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아볼까.
너무 많은 사람이 알게 되면 의미가 퇴색될 것 같긴 하지만 시가라키랑 무카에 이 두 명 정도는 상관없을 것이다.


시가라키 미키 “…너희 생각해둔 거 있어?”


타테츠치 토모노리 “없어서 그런데…좀 도와줄래?”


그때, 이 현장을 본 하뉴다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난입했다.


하뉴다 히데히코 “결국 아무런 계획도 안 세워 놓고 일을 벌리려고 한다는 아니냔 말이다.”
“자네가 그거밖에 안 되는 사람이라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무계획적인 사람일 줄은 몰랐네.”
“차라리 내가 여러 명 있고, 여러 명의 내가 머리를 맞대는 게 더 낫겠다!”
“하지만 그럴 때야말로 내가 필요할 때지!핫핫핫핫하!불쌍한 너희를 내가 도와주도록 하겠네!”


이누부시 카즈마 “왕자병 말기에 고양이귀 귀두컷한 놈이 여러 명이라고?어우 씨…”


하뉴다 히데히코 “매일 같이 노닥거리면서 상스러운 말이나 하고다니는 자네가 여러 명인 것보다는 내가 여러 명인 게 훨씬 유익하지.”


시가라키 미키 “자 자, 둘 다 자강두천이니까 그만하고..”


타테츠치 토모노리 “하뉴다가 여러 명…아, 그래, 그러면 여기 있는 모두가 하뉴다 너가 되면 되겠다.”
“아니면…모두가 내가 되거나 하는 식으로 한 사람 정한 다음에 다 그 사람으로 변장하는 건 어때?그것도 아니면 서로 다른 사람으로 변장을 하거나.”


시가라키 미키 “...저 말을 듣고 저런 골때리는 발상을 할 만한 사람은 아마 너밖에 없을 거야…”
“근데 생각보다 괜찮을지도?”


머리가 터질 만큼 고민하다가 갑자기 떠올라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던져 본 아이디어인데 수긍해주는 사람이 있다니…


모로호시 사키코 “변장?그건 내가 잘하지~내 재능이 뭔지 다들 알잖아? 화장만 잘하는 게 아니라 특수 분장도 나름 잘한다고!”
“그리고 나 이래 봬도 아역배우 출신이고…엄마 뮤지컬 하고 아빠 드라마 찍는 거 따라다니면서 연기 어떻게 하는지 정도는 나름 배웠으니까 나름 잘할수 있어.”
“나로 변장할 사람?”


하뉴다 히데히코 “여장이라니, 난 못해!절대로 못해!난 여장 반대일세!”


무카에 노보루 “예, 기꺼이 망가져야죠, 여러분이 웃으실수 있다면 저는 기꺼이 웃음거리가 되겠슴다!”


하뉴다가 반발하는 와중에 무카에가 생각지도 못한 답변을 건넸다.
망가지고 우스운 꼴을 당하면서도 정의와 웃음을 이야기하는 걸 감안 하면 의외가 아니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상상한 것 이상일 줄은 몰랐다.


하뉴다 히데히코 “…뭘 한다고?”


무카에 노보루 “저를 보고 광대라고 하셔도 상관없슴다!이 빛 하나 들지 않는 음산한 학교에 한줄기 빛을 비출 수 있다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죠!”


하뉴다 히데히코 “이쯤 되면 어이없고 웃긴걸 넘어서 존경심 까지 드는군!...이게 반장선거 1위한 사람의 품격이란 말인가.”


이누부시 카즈마 “남들이 안 하는걸 하니까 초고교급 아니냐?”


하뉴다 히데히코 “음…그렇군…존중은 해주지…아무쪼록 힘 내게나…”

 

 

타테츠치 토모노리 "자, 그럼 작전을 짜보자."

"뭐라도 좋으니까 아이디어를 내보자."

-다음에 계속-

생존인원 21명

초고교급 점술가 타테츠치 토모노리

초고교급 아나운서 시가라키 미키 (친밀도:♥♡♡♡♡)

초고교급 싱어송라이터 이누부시 카즈마 (친밀도:♥♡♡♡♡)

초고교급 판사 히라사와 카가미  (친밀도:♥♡♡♡♡)

초고교급 고고학자 후루이 치토세 (친밀도:♥♡♡♡♡)

초고교급 사냥꾼 유키시로 유즈키 (친밀도:♥♡♡♡♡)

초고교급 사회복지사 무카에 노보루 (친밀도:♥♡♡♡♡)

초고교급 세무사 사카이 란마 (친밀도:♥♡♡♡♡)

초고교급 슈가크래프터 카와사키 콘페이 (친밀도:♥♡♡♡♡)

초고교급 재봉사 니시키노 마리에 (친밀도:♥♡♡♡♡)

초고교급 해커 라무다 엔슈 (친밀도:♥♡♡♡♡)

초고교급 과학부원 텐도 리히토 (친밀도:♥♡♡♡♡)

초고교급 헬스부원 나카무라 타마코 (친밀도:♥♡♡♡♡)

초고교급 가라테가 키리시마 후쿠로 (친밀도:♥♡♡♡♡)

초고교급 메이크업아티스트 모로호시 사키코 (친밀도:♥♡♡♡♡)

초고교급 만화가 소라나가 켄타 (친밀도:♥♡♡♡♡)

초고교급 선원 아타고 사요리 (친밀도:♥♡♡♡♡)

초고교급 호텔리어 토요사토 니노 (친밀도:♥♡♡♡♡)

초고교급 원예부원 아시카가 이나호 (친밀도:♥♡♡♡♡)

초고교급 빙상선수 하뉴다 히데히코 (친밀도:♥♡♡♡♡)

담임교사/학생주임/전 초고교급 ??? 모에타 시쇼 (친밀도:♥♡♡♡♡)